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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전, 우리나라 대표팀의 금메달 목표치는 65개였다. 각 종목당 예상 금메달 수를 종합한 결과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효자 종목’을 중심으로 연일 금메달이 쏟아지며 대회 중반 예상 획득 금메달 수는 75개까지 상향 조정됐다. 실제로 폐막을 사흘 앞둔 지난 24일엔 7개의 금메달이 무더기로 쏟아지며 ‘금 70개 고지’를 가뿐히 넘어섰다.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27일, ‘원정 경기 사상 최다 금메달’의 새로운 역사를 쓴 한국 대표팀의 활약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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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펜싱, 목표 초과 ‘1등 공신’
우리나라가 이번 대회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건 사격과 펜싱 덕분이다. 우리 대표팀은 사격에 걸려 있던 금메달 40개 중 13개를 독차지했다. 펜싱 역시 12개의 금메달 중 절반이 넘는 7개의 금메달을 가져왔다. 특히 펜싱은 특정 종목에 쏠리지 않고 플뢰레·에페·사브르 등에서 고루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때 우리나라가 사격과 펜싱에서 딴 금메달은 모두 7개. 4년 만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요인으론 철저한 상대팀 분석, 4년 앞을 내다본 국내 기업의 아낌없는 지원, 대표 선수들 간 내부 경쟁 등이 꼽힌다. 금메달 6개를 거머쥔 유도, 전 종목을 싹쓸이한 양궁과 골프, 24년 만에 4관왕을 배출한 볼링 등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믿었던 태권도는 부진 면치 못해
사격이나 펜싱이 이번 대회의 ‘빛’이었다면 ‘그림자’도 존재했다. 대표 종목이 태권도. 우리나라의 전통적 메달밭이었던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 부진의 늪에 빠지며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다. 태권도 부문의 금메달 수는 도하 아시안게임(9개) 당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개에 그쳤다. 대표팀이 사용하던 전자호구와 실제 경기 때 사용된 전자호구가 달랐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번 대회에 사용된 ‘라저스트’사(社)의 전자호구는 정확성을 요구하는 반면, 국내 대표팀이 사용하던 ‘KP&P’사 제품은 강한 타격 위주로 포인트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포인트 싸움인 태권도의 특성상 전자호구의 차이가 곧 훈련방식의 차이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스포츠뉴스] 원정 경기 최다 금메달 경신 사격·펜싱이 '1등 공신'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