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불청객' 멧돼지와의 전쟁
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기사입력 2010.11.22 09:45

1인당 포획수 2배 늘리고
출몰지역에 포획틀 설치

  • 21일 새벽 0시 47분쯤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에 몸무게 100㎏가량의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가 119구조대원의 마취총에 맞고 2시간 30여 분 만에 붙잡혔다.

    추수철에 농작물을 먹어 치워 농민들의 속을 썩이던 야생 멧돼지가 이제 도심 곳곳에 나타나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21일 “지난해 마련한 야생 멧돼지 관리 대책을 크게 개선해 전국 19개 시·군 수렵장에서 포획(捕獲·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음)할 수 있는 멧돼지 수를 추정 개체수의 50%(기존 30%)까지 확대하고 1인당 포획할 수 있는 마릿수도 세 마리에서 여섯 마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들어 야생 멧돼지가 도심에 출현한 건 33회(11월 10일 현재, 환경생물과학원 집계). 고속도로 로드킬(roadkill·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것) 12건을 제외한 숫자다. 지난 17일엔 대구 송현동의 한 지하차도 입구에 야생 멧돼지 떼가 갑자기 나타나 교통이 마비됐다. 지난달 20일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주택가에 야생 멧돼지가 출몰(出沒·어떤 대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함)해 70대 할아버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정한 야생 멧돼지 적정(適正·알맞고 바른 정도) 서식밀도는 100ha당 1.1마리다. 하지만 환경부의 조사 결과(2005~2009년)에 따르면 국내 산악지역의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ha당 3.7~4.6마리로 적정치의 3~4배에 이른다. 영역 다툼에서 밀려나거나 먹이가 부족해진 멧돼지들이 농가와 도심으로 내려오면서 재산·인명 피해를 주는 것이다. 

    환경부는 멧돼지 포획 수를 늘리는 한편, 멧돼지 출몰 위험지역에 차단 펜스(울타리)와 생포용 포획틀을 설치하고 모범 수렵인으로 구성된 ‘멧돼지 기동 포획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행동반경이 넓은 멧돼지의 특성을 감안해 4~5개의 가까운 시·군을 하나도 묶어 광역수렵장도 설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