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전하고 싶어요" 레인보우합창단 이현정 단장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11.15 09:41
  • “작은 가슴 가슴마다/고운 사랑 모아/우리 함께 만들어가요/아름다운 세상~”

    이렇게 시작하는 현대자동차 기프트카(Gift-Car) 캠페인 TV CF ‘레인보우 합창단’ 편을 본 적이 있는지. 국내 최초 다문화가정 어린이 합창단이 불렀던 노래 ‘아름다운 세상’(박학기 작사·작곡)와 영상이 사람들에게 잔잔한 ‘무지갯빛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광고를 본 시청자가 일정 개수 이상의 응원 댓글을 달면 해당 단체에 차를 선물하는 이 캠페인을 향한 네티즌의 호응은 뜨거웠다. 광고가 처음 방영된 지난 9월 한 달 내내 매일 1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고, 결국 합창단원들은 멋진 자동차 한 대를 선물 받았다.


  • 레인보우 합창단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현대자동차 '기프트카' 캠페인 광고.
    ▲ 레인보우 합창단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현대자동차 '기프트카' 캠페인 광고.
    이 소식을 누구보다 기뻐했던 사람이 있다. 이현정 레인보우 합창단장(48세)이 그 주인공. 한국다문화센터 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요즘 합창단을 알리는 한편, 올바른 다문화 사회 정착을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오는 17일엔 서울 YMCA가 주최하는 동요포럼 ‘다문화 사회와 동요’에도 토론자로 참석한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청룡동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실에서 이 단장을 만났다. 레인보우 합창단의 어제와 오늘, 다문화사회를 맞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진솔한 얘길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요즘 레인보우 합창단의 인기가 대단하던데요.

    “많이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죠. 덕분에 차도 한 대 선물 받아 더 좋고요.(웃음) CF가 방영된 이후 공연, 출연 섭외가 참 많이 들어와 뿌듯하답니다. 합창단 어린이들이 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죠.”

    -17일 동요포럼 땐 어떤 얘길 주로 하시나요?

    “우리 단원들이 합창단 활동을 통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해요.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에 시달려요. 실제로 일본인 엄마를 둔 한 어린이는 ”못된 나라에서 온 너희 엄마도 못된 여자!“ 같은 비난을 들은 적도 있어요. 한국말에 서툰 엄마가 알림장에 적힌 숙제를 잘 이해 못해 숙제를 못해가는 어린이도 있죠. 그런데 학교에선 전후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숙제를 안 해왔다며 혼내기만 해요. 이러니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자신감 없이 지낼 수밖에요. 저희 단원들도 처음엔 말수가 적고 표정도 어두웠어요. 하지만 이젠 수다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밝고 씩씩해졌답니다. 광고 출연으로 난생처음 진심어린 박수를 받은 덕분이죠. 광고가 나간 후 놀리고 욕하던 친구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들도 참 많았어요.”

     

  • 지난 10일 서울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현정 단장이 레인보우 합창단 어린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단장은 “합창단에 그치지 않고 다문화 어린이들이 재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레인보우 스쿨’을 만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지난 10일 서울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현정 단장이 레인보우 합창단 어린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단장은 “합창단에 그치지 않고 다문화 어린이들이 재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레인보우 스쿨’을 만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합창단을 맡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BBS(불교방송)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스피치 커뮤니케이션(speech communication·말하기를 통한 소통방식) 강의를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미래의 커뮤니케이션은 늘고 있는 다문화가정과의 소통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지난 2008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를 만들었어요.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학습활동을 도우면서 멀쩡한 다문화가정 친구들이 대부분 바보취급을 받는 걸 알게 됐죠. 그때 결심했죠. ‘이 아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데 하나의 희망이 될 합창단을 만들자!’고요. 그래서 지난 7월 레인보우 합창단을 만들었어요. 첫 무대는 지난달 ‘KBS 사랑 나눔 콘서트’였죠.”  

    -합창단을 이끌며 짠한 순간도 많으셨겠어요.

    “한번 무대에 서려면 두세 시간 기다리는 건 기본이에요. 어떨 땐 하루종일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한날은 여자 단원들이 대기실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무슨 게임을 하는 거예요.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서로의 꿈 얘길 하고 있더라고요. ‘난 아나운서, 넌? 난 헤어디자이너, 넌?’ 하는 식으로요. 가슴이 뭉클했어요. 합창단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꿈이란 것 자체가 없던 아이들이었거든요. 그랬던 친구들이 어느덧 희망을 갖고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모습을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합창단이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됩니다.

    “다양한 무대에서 열심히 노래해야죠. 지금은 8개국 37명에 불과하지만 더 많은 나라의 친구들을 모아 합창단 규모를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세계 각국 어린이합창단과 교류도 할 예정이고요. 내년엔 어린이합창단이 많은 오스트리아에 가서 많은 걸 배워올 계획이에요. 최종 목표는 합창단 활동을 통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거죠. 레인보우 합창단이 ‘다문화 아이콘’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어린이합창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어린이 여러분도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