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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일본에서 ‘짱’으로 통해요. 무슨 말이냐고요? 한국에선 여러 가지 의미로 으뜸일 때 ‘짱’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일본에선 여자아이 이름 뒤에 반드시 짱을 붙이거든요. 그래서 전 일본에서 ‘채린짱’으로 불려요.
한국에서 온 지 하루 만에 도쿄 뇌전소학교(瀨田小學校) 4학년 1반에 배정됐어요. 처음 학교에 갔을 땐 한국과 다른 낯선 풍경에 잠시 당황스러웠어요. 비가 오는데도 교문 앞엔 파란색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뒷짐을 진 채 서 계셨거든요. 무서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로 전학 온 학생이라고 설명하자, 그제야 경찰관 아저씨는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주셨어요. -
교장 선생님 방으로 안내돼 둥근 탁자에 앉으니 정면에 교훈(校訓)이 보였어요. 첫째 남을 생각하자, 둘째 잘 생각하자, 셋째 앞으로 전진하자, 넷째, 건강하자. 일본에 와서 처음 지하철을 타면서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인상 깊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인상 깊었던 건 전학 오는 첫날, 교장·교감 선생님과 양호 선생님, 그리고 모든 반 선생님이 앞으로 나와 전학 온 절 기쁘게 맞아주신 거예요. 양호 선생님은 양호실 위치를 알려주셨고, 제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보건조사표’를 작성해주셨어요. 일본에선 학생이 갑자기 아프면 학교와 연계된 병원 두 곳으로 학생을 보낸다고 해요.
또 모든 재학생은 건강보험이 있다면 병원비를 내지 않아도 된대요. 1년 이상 거주하는 외국 어린이조차 병원비가 공짜라니 대단하죠? 아이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일본 학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아직도 지진과 화산 활동이 계속되는 일본 학교는 학생들에게 ‘방재 두건’을 가지고 오라고 주문해요. 방재 두건이란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일어났을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방재 천으로 만들어진 두건을 말해요. 평소엔 의자에 걸어두고 등받이로도 사용해요. PTA(학부모협의회) 선생님이 11월 식단표도 나눠주셨는데, 그곳엔 음식별 칼로리가 세세하게 적혀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하는 게 일본의 특징이란 생각이 들었죠.
요즘 일본에선 ‘BOP(Base of Playing)’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방과 후 학교를 놀이터로 삼아 어린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증거죠. 한국의 방과 후 학교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맞벌이로 바쁜 학부모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고마워하는 제도랍니다.
또 하나 소개할 게 있어요. 일본 학교들은 한국과 달리 교장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의 등·하교를 지도하세요. 우리 학교에서도 교장 선생님이 제게 우리 집과 학교를 연결하는 길을 물어보신 후 직접 종이에 그려주셨어요. 교장 선생님은 “등·하굣길엔 ‘통학로’라고 쓰인 길로만 다녀야 한다”며 “등·하굣길에 사고가 나면 일본스포츠진흥센터에서 보상해줄 것”이란 말도 덧붙이셨어요.
‘防犯づザ一携帶中’라고 쓰인 야광 스티커와 가방에 달 수 있는 방범 부저도 함께 주셨어요. ‘防犯づザ一携帶中’란 ‘이 아이는 방범 부저를 지니고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뜻의 일본 말이에요. 교장 선생님께 일본 초등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여쭤봤어요.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것”이라고 대답하셨답니다.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본 학교의 세심함에 또 한 번 감동할 수밖에 없었어요.
[출동! 어린이 특파원] 경찰관이 지켜줘 '안심' …병원비 공짜라 '든든'
학교 연계된 병원서 건강 돌보고 교장 선생님이 직접 등하교 지도
경찰관은 정문 지키며 안전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