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어린이 특파원] 경찰관이 지켜줘 '안심' …병원비 공짜라 '든든'
글·사진=도쿄(일본) 김채린 명예기자(뇌전소학교 4학년)
기사입력 2010.11.12 00:29

학교 연계된 병원서 건강 돌보고 교장 선생님이 직접 등하교 지도
경찰관은 정문 지키며 안전 책임

  • 전 일본에서 ‘짱’으로 통해요. 무슨 말이냐고요? 한국에선 여러 가지 의미로 으뜸일 때 ‘짱’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일본에선 여자아이 이름 뒤에 반드시 짱을 붙이거든요. 그래서 전 일본에서 ‘채린짱’으로 불려요.

    한국에서 온 지 하루 만에 도쿄 뇌전소학교(瀨田小學校) 4학년 1반에 배정됐어요. 처음 학교에 갔을 땐 한국과 다른 낯선 풍경에 잠시 당황스러웠어요. 비가 오는데도 교문 앞엔 파란색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뒷짐을 진 채 서 계셨거든요. 무서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로 전학 온 학생이라고 설명하자, 그제야 경찰관 아저씨는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주셨어요.

  • 일본 뇌전소학교 4학년 김채린 양(왼쪽에서 두 번째)은 친구들 사이에서 ‘채린짱’으로 불린다. 김양은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본 학교의 세심함에 크게 감동했다”고 전했다. 오른쪽 사진은 야광 스티커를 가방에 붙인 일본 초등생의 모습.
    ▲ 일본 뇌전소학교 4학년 김채린 양(왼쪽에서 두 번째)은 친구들 사이에서 ‘채린짱’으로 불린다. 김양은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본 학교의 세심함에 크게 감동했다”고 전했다. 오른쪽 사진은 야광 스티커를 가방에 붙인 일본 초등생의 모습.
    교장 선생님 방으로 안내돼 둥근 탁자에 앉으니 정면에 교훈(校訓)이 보였어요. 첫째 남을 생각하자, 둘째 잘 생각하자, 셋째 앞으로 전진하자, 넷째, 건강하자. 일본에 와서 처음 지하철을 타면서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인상 깊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인상 깊었던 건 전학 오는 첫날, 교장·교감 선생님과 양호 선생님, 그리고 모든 반 선생님이 앞으로 나와 전학 온 절 기쁘게 맞아주신 거예요. 양호 선생님은 양호실 위치를 알려주셨고, 제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보건조사표’를 작성해주셨어요. 일본에선 학생이 갑자기 아프면 학교와 연계된 병원 두 곳으로 학생을 보낸다고 해요.

    또 모든 재학생은 건강보험이 있다면 병원비를 내지 않아도 된대요. 1년 이상 거주하는 외국 어린이조차 병원비가 공짜라니 대단하죠? 아이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일본 학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아직도 지진과 화산 활동이 계속되는 일본 학교는 학생들에게 ‘방재 두건’을 가지고 오라고 주문해요. 방재 두건이란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일어났을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방재 천으로 만들어진 두건을 말해요. 평소엔 의자에 걸어두고 등받이로도 사용해요. PTA(학부모협의회) 선생님이 11월 식단표도 나눠주셨는데, 그곳엔 음식별 칼로리가 세세하게 적혀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하는 게 일본의 특징이란 생각이 들었죠.

    요즘 일본에선 ‘BOP(Base of Playing)’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방과 후 학교를 놀이터로 삼아 어린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증거죠. 한국의 방과 후 학교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맞벌이로 바쁜 학부모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고마워하는 제도랍니다.

    또 하나 소개할 게 있어요. 일본 학교들은 한국과 달리 교장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의 등·하교를 지도하세요. 우리 학교에서도 교장 선생님이 제게 우리 집과 학교를 연결하는 길을 물어보신 후 직접 종이에 그려주셨어요. 교장 선생님은 “등·하굣길엔 ‘통학로’라고 쓰인 길로만 다녀야 한다”며 “등·하굣길에 사고가 나면 일본스포츠진흥센터에서 보상해줄 것”이란 말도 덧붙이셨어요.

    ‘防犯づザ一携帶中’라고 쓰인 야광 스티커와 가방에 달 수 있는 방범 부저도 함께 주셨어요. ‘防犯づザ一携帶中’란 ‘이 아이는 방범 부저를 지니고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뜻의 일본 말이에요. 교장 선생님께 일본 초등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여쭤봤어요.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것”이라고 대답하셨답니다.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본 학교의 세심함에 또 한 번 감동할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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