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과 놀이' 사진집 기획한 백만종 교감 선생님<서울 서초초 >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11.05 09:41

"사라지는 무형문화, 사진으로 알리고 싶었죠"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지난 9월 한국전통문화사진연구회(이하‘연구회’)가 ‘아주 특별한’ 어린이 책을 한 권 펴냈다. 탈춤 13개 종목과 전통놀이 10개 종목 등 중요무형문화재를 쉽게 풀어 소개한 ‘탈춤과 놀이’ 가 그것. 연구회는 이 책 100권을 강남교육지원청에 기증해 관내 초·중학교 도서관에 비치(備置·마련해 갖춰 둠)하도록 했다. 지난 2일 오후 이 책을 기획하고 펴낸 연구회장 백만종 교감 선생님(서울 서초초등학교·사진)을 만났다.

    “연구회원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찍은 중요무형문화재 사진을 책에 담아 어린이들이 쉽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도록 꾸몄어요.” 그는 이 책의 장점으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쉽고 짤막한 설명과 실제 무형문화재 공연을 보는 듯 실감 나는 사진을 꼽았다. “도서관에 가보면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책은 대개 만화 아니면 사진이 많은 책이더군요. 제 취미인 사진 찍기를 활용해 어린이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알려주면 어떨까 생각했죠.”

    중요무형문화재 촬영은 만만찮은 작업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야 해 시간도, 노력도 엄청나게 쏟아부어야 했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1년에 딱 한 번 전 과정 공연을 해요. 운 좋게 그날이 학교 ‘놀토’ (수업이 없는 토요일)라 촬영할 수 있었죠. 풍어제(豊漁祭·마을의 평안을 기원하고 물고기가 많이 잡히길 비는 의식)인 위도 띠뱃놀이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땐 뭍으로 나오는 배가 끊겨 무척 고생했어요. 기지시 줄다리기(충남 당진군 송악면 기지시(機池市)리에 전해 내려오는 줄다리기) 장면을 찍기 위해선 4년을 기다려야 했답니다.”

  • ‘탈춤과 놀이’ 에실린 관노가면극 사진.
    ▲ ‘탈춤과 놀이’ 에실린 관노가면극 사진.
    백 교감 선생님이 처음 사진에 관심 갖게 된 건 20여 년 전, 한 초등학교에서 체조부 지도교사로 있을 때다. 학생들의 자세 교정을 돕기 위해 배우기 시작한 사진에 흥미를 느꼈고, 내친김에 1998년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 됐다. 연구회는 지난 2001년 ‘사진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자’ 는 데 뜻을 모은 협회 회원 10여 명과 함께 결성한 동호회다. “유형문화재는 형태가 남아 있어 보존이 가능하지만 무형문화재는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만 멀어져도 사라져버리죠. 그래서 사람들, 특히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에게 널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졌어요. 그 결과가 이번에 펴낸 책이고요. 10년 넘게 공을 들여 그런지 제겐 무척 자랑스러운 책입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백 교감선생님은 “월요일 조회 시간에 책 속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탈춤과 전통놀이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며 “사진으로 접해 그런지 학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흥미와 관심을 보여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통문화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내 나라의 뿌리’ 를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옛 조상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고요.” 그는 “연구회원들과 의논해 다음번엔 인간문화재 관련 사진집을 펴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