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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격적 행동 바로잡으려면?
초등 3학년인 규민이는 툭하면 친구를 괴롭히고 욕을 한다. 화가 나면 주먹질도 예사다. 반 친구나 이웃 아이들이 제멋대로인 규민이와 놀지 않으려고 해 규민이는 점점 외톨이가 돼가고 있다. 규민이가 밖에서 친구와 말썽을 일으킬 때마다 엄마는 너무 속상하다. 집에선 착하고 엄마 말도 잘 들으며 세 살 아래 동생도 잘 보살피는 아들이 왜 밖에만 나가면 말썽쟁이가 되는지 엄마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규민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폭력 자녀 뒤엔 엄격하고 단호한 부모가
규민이 부모님을 만나 면담을 해봤다. 규민이 엄마는 약간의 언어장애가 있는 분이었다. 장애 엄마를 둔 아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규민이 엄마는 유난히 엄격한 태도로 아이를 길러왔다. 아이가 버릇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항상 바른 생활을 지시했고, 실수하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땐 따끔하게 꾸짖었다.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야단 치는 경우도 많았다. 규민이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을 바르게 키우겠다는 생각에 규민이의 응석을 받아주지 않았다. 늘 ‘동생에게 모범을 보이는 형이 돼야 한다’며 엄격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직접 만나본 규민이는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무척 애쓰는 아이였다. 실수할 때마다 혼나는 자신에 비해 부모 사랑을 독차지하는 동생에 대한 질투심도 꽤 컸다. 장애가 있는 엄마에 대한 연민도 있어서 엄마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며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자기가 노력한 만큼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규민이는 “엄마 아빠가 동생을 대하듯 나도 많이 안아주고 칭찬해주시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해 심리적 결핍감이 생각보다 컸다. 부모에게 야단을 맞을 때마다 부모에 대한 원망도 쌓여갔다. 친구를 괴롭히고 때리는 이유를 묻자 규민이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욕구 불만을 친구에게 보복하는 방식으로 풀어온 것이다.
아이들의 욕구는 다양하다. 또 성인에 비해 즉각적이고 본능적이다. 그래서 욕구가 즉시 채워지지 않으면 떼를 쓰거나 짜증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사사건건 말과 행동을 통제받는 상황에 처하면 아이들은 처벌이 두려워 복종적 행동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행동을 통제한다고 해서 아이의 욕구까지 없앨 순 없다. 욕구가 좌절된 아이들이 불만 해소를 위해 선택하는 방식이 공격이고 일탈이다.
◆‘무조건 안돼’식 대응은 오히려 역효과
규민이가 친구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부모에 의한 자신의 욕구 좌절을 폭력으로 해소한 것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를 잘 기르고 싶어한다. ‘자녀를 잘 기른다’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자녀의 욕구를 무시하고 부모가 바라는 것에만 집중돼 있을 때 자녀는 심리적 외상(外傷)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미숙한 존재다. 판단력도 성인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따라서 부모는 어떤 형태로든 자녀의 행동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
문제는 통제 방식이 ‘대안 없는 무조건적 금지’인 경우다. 이때 자녀는 자신의 욕구를 긍정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축적된 욕구 불만을 공격적 행동으로 폭발시킨다. 따라서 아이의 요구가 부적절하거나 현실적으로 들어주기 곤란하더라도 ‘무조건 안돼’식 대응은 위험하다.
공공장소에서 뛰기, 동생 괴롭히기,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기, TV만 끌어안고 지내기…. 아이가 이렇게 행동할 때마다 지적하고 제지하면 악순환만 반복될 뿐 근본적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의 행동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럴 땐 아이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지적하고 꾸짖기보다 “우리 아들 심심한 모양이네.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등의 말을 건네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는 게 효과적이다. 말썽 피우는 대신 즐거운 놀이를 경험한 아이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 후엔 자신의 욕구를 현실과 조화롭게 조율하며 해소할 수 있다.
[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자녀와 대화로 함께 해결책 찾아요"
송지희 선생님의 '부모 멘토링'
"동생 괴롭히기·온종일 컴퓨터 등 '무조건 금지'는 폭력 자녀 불러…
흥미 느낄 수 있는 놀이 찾아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