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가족' 운영하는 명신초교 "우리는 6남매"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기사입력 2010.10.06 09:46

"친오빠 동생이 생긴 것 같아 참 행복해요"
학년별 한명씩 '6남매'로…형제ㆍ자매간 배려 배울 수 있어

  • “상욱아 얼른 와!”

    “용주야 이거 먹을래?”

    힘들지 않으냐고 묻는 오빠, 막내에게 캐러멜을 건네는 언니, 혹시 뒤처진 아이는 없는지 챙기는 엄마. ‘콩깍지 6남매’의 청계천 나들이는 정겹기만 했다.

    5일 제39회 개교기념일(10월 6일)을 앞두고 ‘콩깍지 가족이 함께하는 청계천 걷기’에 나선 명신초등학교(교장 장계분) 어린이들의 모습은 여느 체험행사 때와 사뭇 달랐다.

  • 서울 명신초 ‘콩깍지 가족 청계천 걷기’ 행사가 열린 5일 오전 학부모 김소연 씨(오른쪽 두 번째)와 이 학교 1~6년생 한 명씩으로 구성된 ‘콩깍지 자녀’들이 청계천을 거닐며 즐거워하고 있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서울 명신초 ‘콩깍지 가족 청계천 걷기’ 행사가 열린 5일 오전 학부모 김소연 씨(오른쪽 두 번째)와 이 학교 1~6년생 한 명씩으로 구성된 ‘콩깍지 자녀’들이 청계천을 거닐며 즐거워하고 있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이 학교 어린이들은 누구랄 것 없이 모두 6남매다. 지난 5월 학교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한 명씩을 형제자매로 맺어준 덕분이다. 선생님과 학부모는 콩깍지 남매의 부모 역할을 맡았다. 한 자녀 가정, 두 자녀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들에게 형제자매 간의 나눔과 배려를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콩깍지 가족’이란 이름은 올망졸망 콩깍지 안에 모여 자라는 콩처럼 서로 배려하며 커나가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콩깍지 가족은 가족사진 촬영, 가족 신문 만들기, 편지 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을 키워왔다. 가족이 서로의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교내에 ‘콩깍지 가족 게시판’이 마련, 운영되고 있다.

    강민주 양(3학년)은 “예전엔 학교에서 다른 학년 동생이나 언니 오빠들을 봐도 그냥 지나쳤는데 지금은 반갑게 인사한다”며 “특히 우리 콩깍지 가족과는 친형제자매처럼 가깝게 지낸다”고 말했다. 장민정 양(5학년)은 “외동이라 늘 동생이나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오빠도 있고 동생도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66번 콩깍지 엄마’를 맡은 학부모 김소연 씨는 “딸이 집에 와서 ‘우리 언니, 우리 동생’ 하며 소식을 전할 때면 친남매가 생긴 것 같다”면서 “콩깍지 가족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챙기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계분 교장 선생님은 “전교생이 430여 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여서 가족적인 분위기로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콩깍지 가족’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맺은 인연이 중·고등학교 때까지 끈끈하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