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언니의 캐릭터 여행] 패망한 일본에 희망이 된 '아톰'
윤주 와이쥬크리에이티브 대표
기사입력 2010.10.03 00:22

두 주먹 불끈~ 사랑·정의를 위해 날아라!

  • 2010년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만화의 신(神)’으로 불리는 데스카 오사무의 대표 캐릭터 ‘아톰’입니다. 만화 속 아톰의 생일은 2003년 4월 7일입니다. 올해 딱 여덟 살, 초등 1학년의 나이가 된 거죠.

    아톰의 아버지 데스카 오사무는 본래 오사카 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정식의사 자격증까지 있는, ‘만화 그리길 좋아하는 의사’였습니다. 그는 대학 다닐 때도 교수의 눈을 피해 틈틈이 만화를 그렸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엔 미군의 폭격을 피해 만화 그릴 곳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다 전쟁이 끝났고, 폐허가 된 오사카시(市)를 바라보던 그는 결심합니다. 의사 가운을 벗고 만화가가 되기로 말이죠.

    수없이 많은 공상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특히 곤충·별·연극·영화 등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훗날 그런 경험이 상상의 원천이 돼 만화 속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됐죠. 세계대전 패망(敗亡·싸움에 져서 망함) 후 상처 입은 일본인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던 데스카 오사무는 ‘비록 로봇이지만 마음만은 인간보다 따뜻한’ 아톰을 탄생시켰습니다.

    아톰은 1951년 일본의 한 소년지에 ‘아톰대사’란 제목의 만화로 첫선을 보였습니다. 이내 큰 인기를 얻고 시리즈화됐고요. 1963년엔 만화영화로도 제작돼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 어릴 적 디즈니 만화영화에 푹 빠졌던 데스카 오사무(오른쪽 인물)는 아톰을 그릴 때 미키마우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대. 그래서 처음 아톰의 손가락은 미키마우스와 똑같은 네 개였다고 하네. 어때, 재밌지? / 와이쥬크리에이티브 제공
    ▲ 어릴 적 디즈니 만화영화에 푹 빠졌던 데스카 오사무(오른쪽 인물)는 아톰을 그릴 때 미키마우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대. 그래서 처음 아톰의 손가락은 미키마우스와 똑같은 네 개였다고 하네. 어때, 재밌지? / 와이쥬크리에이티브 제공
    전쟁 패배의 아픔을 겪은 후 꿈과 자신감을 잃어버린 일본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 했던 그의 마음은 한때 ‘제국주의를 조장(助長·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김)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지닌 작고 귀여운 로봇 아톰을 통해 ‘예나 지금이나 사랑·우정·용기와 같은 가치만이 희망이다’란 교훈을 전해줬습니다.

    아톰은 이후 수많은 로봇 만화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푸른 하늘 저멀리/랄랄라 힘차게 날으는~♬”으로 시작되는 주제가는 지금도 일본 전역에서 ‘단골 응원가’로 불립니다. 일본 전철역 ‘타카다노바바’의 신호음도 바로 이 노래죠. 데스카 오사무는 아톰 외에도 ‘정글대제’ 등 여러 작품을 남기고 1989년 사망했습니다. 의사 대신 만화가로 살아간 그의 선택은 옳았을까요? 그가 죽은 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아톰이 ‘일본인의 희망’으로 사랑받는 걸 보면 만화가의 길을 걸은 그가 현명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데스카 오사무는 “재밌는 것, 희망을 주는 것, 웃을 수 있는 것, 그게 만화가의 길이다”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미래의 희망에 대한 멋진 꿈을 꾸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