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폭력 '대물림' 된다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기사입력 2010.09.27 09:43

자녀는 부모의 거울

  • 부모의 행동에 따라 자녀가 기부천사가 될 수도,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어른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란히 나왔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신연경 씨(27세)는 ‘기부행동 결정변인으로서의 자원봉사자 관련요인 연구’라는 논문에서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 자녀를 ‘기부 천사’로 키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신 씨는 이 논문으로 지난달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 씨가 서울지역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20세 이상 자원봉사자 2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54.7%인 151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부모의 기부를 보고 자란 자녀가 대를 이어 기부에 참여한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인의 자원봉사 경험이나 복지기관에 대한 신뢰도 등은 기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부모의 본보기가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신 씨는 “베풀 줄 아는 부모 아래에서 봉사도 하고 금전적 기부도 하는 자녀가 나온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유소년기에 부모의 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이성교제할 때 상대에게 고함 치고 욕설을 퍼붓거나 때리겠다고 위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대학 전희성 씨(29세)는 ‘대학생의 가정 폭력 경험이 데이트 폭력에 미치는 영향’이란 석사학위 논문에서 대학교 2학년 이상 재학생 중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남녀 학생 552명(남자 317명, 여자 232명, 무응답 3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교제 상대에게 고함·욕설을 하거나 폭력으로 위협한 사람은 남자 59.0%, 여자 51.3%였다. 이런 행위와 환경적 요인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결정계수(R²)를 산출한 결과,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부모의 학대 경험’(8%)이었다. 평소 이성친구와의 관계, 부모의 소득수준 등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씨는 “부모에게 맞거나 모욕을 느낀 경험이 폭력에 대한 허용도를 높여 이성 친구에게 폭력을 되풀이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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