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좇는 인터뷰] 두 번째 작품 출판 앞둔 '어린이 작가' 김준희군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09.14 09:49

"상상의 나래로 나만의 이야기 만들어요"

  • “재밌으면서도 철학적 의미가 담긴 작품,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작품 아닐까요?”

    ‘좋은 작품’이란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준희(서울 영훈초등 5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어. 열두 살짜리 꼬마의 말이라고 하기엔 꽤 근사하다고? 잠깐만! 이건 열두 살짜리 ‘꼬마’의 대답이 아니야. 엄연한 ‘작가’의 대답이야. 준희는 벌써 두 번째 작품 출판을 앞둔 ‘인기 작가’란 말이야.

  • 남정탁 기자 jungtak@chosun.com
    ▲ 남정탁 기자 jungtak@chosun.com
    △ 첫 작품으로 상도 받고, 책도 내고
    준희는 지난해 열린 ‘제1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에서 초등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어. 준희가 쓴 ‘아놀드의 모험: 전설의 검’ 에 대해 당시 심사위원들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능력과 사건을 구성하는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어. 이 소설은 책으로도 나왔단다. 

    문학상 수상에 출판까지…. ‘글을 참 많이 써 본 아이인가 봐.’ 누구나 그렇게 짐작할 거야. 하지만 틀렸어. 준희는 ‘아놀드의 모험’ 이전엔 글을 써 본 적이 거의 없대. 일기 쓰는 것조차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니 알 만하지? 그런데 어떻게 이런 대단한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짧은 영어숙제가 1500매짜리 소설로
    준희가 2학년 때 영어 시간에 있었던 일이야. ‘내게 용(龍)이 있다면…’이란 주제의 글짓기 숙제를 하나 받았어. 잠깐 생각해 짧은 글을 지어냈지. 그런데 한참 후 갑자기 그 숙제가 머리에 떠올랐대.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진 거야. 마침 방학도 됐고 해서 준희는 글을 쓰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때만 해도 짧은 이야기에 불과했어. 공책 24쪽 정도?

    제대로 된 작품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건 이듬해부터였어. 한동안 잊고 있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났거든. 이번엔 마음먹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 그리고 이야기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점점 더 방대해졌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꾸자꾸 나왔고, 그걸 다 담고 싶었기 때문이야. 어떨 땐 손이 생각을 미처 따라잡지 못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지. 덕분에 원고지는 갈수록 쌓여 갔어. 이야기를 완성하고 보니 등장인물은 40명이 넘고 분량은 200자 원고지로 1495매나 됐어.

    △책 5~6권 동시에 읽어 내는 ‘책벌레’
    원래 준희는 글 쓰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 글짓기 대회에 나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니까. 하지만 한 번씩 독후감을 길게 쓸 때가 있어. 맘에 꼭 드는 책을 읽었을 경우야. 단, 이땐 책 내용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와 관련된 또 다른 자신만의 생각을 적곤 해.

    준희는 책 욕심이 많아. 한 번에 대여섯 권의 책을 같이 읽을 때도 있어. 한 권을 읽다가 다른 책이 눈에 띄면 그걸 잡고, 또 다른 책을 잡는 식이야. 이야기가 궁금해서 중간에 도저히 중단할 수가 없대.

    △올해 안 2편 출간… 3·4편도 구상 중
    준희는 요즘 ‘아놀드의 모험’ 2편을 마무리하고 있어. 2편은 분량이 1편보다 많아졌고 등장인물도 대여섯 명 늘어났어. 이달 중 출판사에 원고를 넘길 예정인데, 아마 올해 안엔 책이 나올 거야.

    3·4편도 벌써 구상 중이야. 구성이 복잡해서 머릿속이 좀 어지럽긴 하지만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잘 될 거란 게 준희의 생각이야.

    △“천체물리학자도, 작가도 될 거예요”
    준희는 원래 천체물리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 수학·과학에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야. 하지만 ‘아놀드의 모험’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생겼어. 1편을 읽은 친구들로부터 “너무 재밌어서 하루에 다 읽었어”, “너를 작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을 때면 보람도 느낀대. 요즘은 “빨리 2편을 보고 싶다”는 독자들의 성화에 책임감도 갖게 된다는구나.

    낮엔 연구하는 물리학자, 밤엔 수학·과학을 주제로 다양한 글을 쓰는 작가…. 어른이 된 준희의 낮과 밤은 무척 바쁠 테지?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삶은 훨씬 재밌어지지 않을까?
     

    △우연히 발견한 재능을 꿈으로 연결한 준희의 비법

    1단계 : 흥미 있는 일이 생기면 꾸준히 관심 갖기
    2단계 : 늘 노트를 갖고 다니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기
    3단계 : 시간을 따로 내서 글쓰기
    4단계 : 공부·취미 활동도 열심히 하기
    5단계 : 꿈을 향한 과정을 100% 즐기기
     

     ‘나쁜 어린이표’ 황선미 작가가 준희에게

  • 남정탁 기자
    ▲ 남정탁 기자
    -선생님은 왜 작가가 되셨어요?
    “다른 어떤 일보다 글 쓰는 일이 기쁘고 즐거웠으니까요. 또 글을 쓰고 있으면 스스로 괜찮은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꽤 만족스러웠어요.”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줄거리를 다시 쓰는 작업을 했어요. 책이 워낙 귀했던 때라 읽은 걸 잊어버릴까 봐 두려웠거든요. 하지만 독후감은 아니었어요. 내가 받아들인 대로, 생각나는 대로, 내 표현으로 다시 내용을 썼으니까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글을 쉬어 본 적이 없어요. 내게 글쓰기는 공기와도 같아요.”

    -작가로서 언제 보람을 느끼세요?
    “내가 쓴 책을 읽고 독자들이 마음에 담아둔 걸 끄집어낼 때죠. ‘책 속 주인공처럼 나도 그런 적이 있다’며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기란 참 어렵거든요. 독자들의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아, 내가 살아있는 캐릭터를 그려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좋은 글을 쓰려면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가요, 글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한가요?
    “글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써야 해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과 상황을 관찰하는 눈’을 기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그 경험이 쌓이고 쌓여 훌륭한 묘사가 되니까요.”

    △황선미 작가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95년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샘마을 몽당깨비’ ‘마당을 나온 암탉’‘트럭 속 파란눈이’ 등 30여 권의 책을 펴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스티커’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쁜 어린이표’는 1999년 12월 1쇄가 발행된 후 2007년 6월 100쇄를 돌파했다. 어린이책 사상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