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말 잘하는 법 알려주마' 국민 강사 김미경 씨 이야기 속에 재매있는 '에피소드'를 쏙쏙 넣어봐요
부천=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10.09.13 09:43
  • ‘침묵이 금’인 시대는 지났다. 스피치(연설) 능력이 글로벌 리더의 중요한 자질로 떠오르면서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말 잘하는 법’을 배우려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 앞에 서서 자신의 생각을 멋지게 펼쳐내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평소엔 말을 잘하다가도 단상에만 오르면 한마디도 못하고 표정부터 굳어지기 십상이다. 16년 경력에 누적 수강생만 200만 명이 넘는 ‘국민 강사’ 김미경 대표(더블유인사이츠)는 최근 펴낸 책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21세기북스)에서 “연습하면 누구나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를 만나 ‘말 잘하는 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 경기도 부천의 한 강연장에서 만난 김미경 대표. ‘말 잘하는 법’을 주제로 펼쳐진 이날 특강에서 그는 장내를 가득 메운 청중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부천=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 경기도 부천의 한 강연장에서 만난 김미경 대표. ‘말 잘하는 법’을 주제로 펼쳐진 이날 특강에서 그는 장내를 가득 메운 청중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부천=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말을 잘한다’는 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히 발음이 정확하다거나 표준어를 잘 구사한다고 해서 ‘말 잘한다’고 하진 않아요. 내가 가진 생각을 여러 사람 앞에 서서 편안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말이 청중을 감동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하죠.”

    -청중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비법을 알려주세요.

    “무조건 소리 높여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면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순 있을지 몰라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감동을 이끌어내려면 ‘에피소드’를 활용해야 해요. 즉 자신이 말할 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화를 찾아 들려주는 거죠. 에피소드는 청중을 자연스럽게 주제로 이끌어 설득시키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제 경우 강연 때마다 50개 이상의 에피소드를 사용해요.”

     김 대표는 스피치에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아무리 말 잘하기로 타고난 사람들이라도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알맹이 없는 ‘수다’에 그칠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아무리 말하기에 서투른 사람이라도 꾸준히 훈련을 반복하면 오바마 대통령 못지않은 훌륭한 연설가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요즘 한창 초등학교 선거철인데요. 선거를 앞두고 다른 후보와의 스피치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요?

    “우선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주제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엔 그 주제를 잘 표현하면서도 재밌는 에피소드를 넣어 원고를 써야죠. 단, 원고엔 발표할 말을 한 글자도 빼지 말고 깨알같이 쓰세요. 그리고 나선 그걸 완벽하게 외워야 합니다. 다 외웠으면 거울 앞에서 연습할 차례입니다. 표정과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준비하세요.”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하셨나요?

    “말하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중·고등학교 땐 반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졸고 있으면 스스럼없이 앞에 나가 ‘얘들아, 내가 잠이 확 깰 만큼 재밌는 얘기 해줄게’하며 제가 읽은 소설책 얘길 들려주곤 했죠. 돌이켜보면 집에서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했던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스피치도 잘할 수밖에 없거든요. 가정에서 대화가 많아질수록 자녀의 스피치 능력이 커진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꼭 기억하셨으면 해요.”

    -‘말 잘하는 어린이 되는 법 10’

    1. 평소 친구나 부모님에게 자기 얘길 많이 한다.

    2. 책이나 TV에서 알게 된 좋은 얘기들을 실제 대화나 연설에서 활용한다.

    3. 듣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주제를 정해 말한다.

    4. 발표할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5.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한다.

    6. 바른 자세로 서서 말한다.

    7. 처음 말하고자 했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8. 듣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서 말한다.

    9. 내 경험이나 알기 쉬운 예화를 넣어서 말한다.

    10. ‘음…’ ‘어…’ 등 습관적으로 반복해 사용하는 어휘를 찾아 고치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