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
송지희 부모교육전문가·<명품자녀로 키우는 부모력> 저자
기사입력 2010.09.08 01:03

송지희 선생님의 '부모 멘토링'
" 어린 시절 매 맞고 자라면 어른 돼도 폭력적인 성향 보여 가장 좋은 훈육법은 '사랑'"

  • “하루는 아이가 방을 잔뜩 어질러놓곤 장난을 치고 있더라고요. 치우라고 했지만 들은 체 만 체 하고 동생만 괴롭히더군요. 엄마 말 안 듣는 아이가 미워 순간적으로 매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맞을까 봐 무서워 말을 잘 듣더니 요즘은 때려도 그때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매를 드는 횟수가 늘고 강도도 높아집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반면 어린 시절 체벌의 경험은 청소년기나 성인의 난폭한 행동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고도 한다. 두 말을 종합해 보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체벌은 단기적으론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지만 장기적으론 어린이와 청소년의 공격적 행동을 강화한다.’

    어떤 성향을 타고나든 어린이에게 삶을 파괴하려는 충동 같은 건 없다. 오히려 어린이라면 누구나 어른의 사랑과 보살핌을 원한다. 따라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에겐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흉악범이 어린 시절 부모, 혹은 다른 어른들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경험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좋든 나쁘든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며 스스로 태도를 형성해나간다. 그런데 체벌은 자칫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아, 감정을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체벌만 한 방법이 없구나!’란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부모가 건강하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아이가 자라며 스스로 이를 터득하긴 어렵다.

    매를 드는 부모는 하나같이 “애가 잘못하니 때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체벌의 원인 중 상당수는 자녀의 태도가 아니라 부모 자신에게 내재된 화(anger)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어디든 분풀이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가장 쉽고 만만한 대상이 자녀인 것이다.

    인간은 어린 시절 체험하고 배운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어릴 때 모욕과 체벌을 일삼는 부모에게서 “다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 같은 말을 계속 들으며 자란 아이는 은연중 그 말을 믿는다. 그리고 자신이 부모가 됐을 때 자녀에게도 똑같이 행동한다. 스스럼없이 매를 들고 욕을 하면서도 자신은 아이를 훌륭하게 잘 키우고 있다고 확신한다.

    매를 많이 맞은 아이는 몸에 상처가 남는다. 실제로 체벌의 후유증으로 고막이 터지거나 피부가 멍들고 찢어지는 등 심하게 다친 아이들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눈에 드러난 상처보다 더 큰 문제는 정신적 고통이다. 부모에게 얻어맞으면서도 ‘엄마 아빠가 날 사랑해서 이러시는 걸 거야’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아이는 속으로 고통과 분노를 쌓아간다.

    정신적 외상이 심해지면 신경성 두통·복통·소화장애·야뇨증·우울증·불안 등의 정신질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주의가 산만해 좀처럼 학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아이, 툭하면 과격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아이도 알고 보면 부모의 폭력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않다. 이런 아이들은 매사 자신감 없고 소극적이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극한 상황에선 비행(非行)을 일삼는다.

    더 무서운 건 폭력도 외모나 성격처럼 유전된다는 사실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매가 날아오는 경험을 반복한 아이는 동생이나 친구가 자신에게 잘못했을 때도 때리는 것 외엔 방법을 모른다. 훗날 어른이 돼서도 모든 걸 매로 다스리는 부모가 될 게 뻔하다.

    자녀의 훈육(訓育·품성이나 도덕을 가르쳐 기름)을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이때의 훈육은 결코 벌이나 매의 동의어가 아니다. 가장 좋은 훈육법은 역설적으로 칭찬하기, 관심 가져주기다. 부모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만큼 무서운 벌이 또 어딨겠는가. 부모의 아낌없는 사랑이야말로 자녀의 자존감 형성에 필수적 요소라는 사실을 부모들은 기억해야 한다.

    엄마 눈에 어긋난 행동이라도 아이에겐 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다. 따라서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덮어놓고 야단치기에 앞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부터 물어봐야 한다. 대답이 단순한 핑계 같지 않다면 일단 수긍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부모의 잣대로 자녀에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강요하기보다 자녀가 스스로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게 현명한 부모의 태도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