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박물관 교육학 박사' 한선학 관장을 찾아가다
원주=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09.07 09:57

명품을 만들고 싶다면, 그래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아이디어 보물창고' 박물관으로 오라

  • 대부분의 어린이에게 박물관은 지루하다. 의미도 모르는 물건들이 차가운 유리 진열장에 갇혀 있는, 그저 숙제를 위해 억지로 들르는 곳일 뿐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충분한 설명도 없이 그저 박물관을 가까이해야 한다고만 말한다. 왜 우리는 박물관에 가야 할까?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까?

  • 한선학 관장이 소장한 목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꿈은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많이 보고 느껴야 생기는 것”이라며“박물관은 꿈을 키우는 발전소”라고 강조했다. / 원주=류현아 기자
    ▲ 한선학 관장이 소장한 목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꿈은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많이 보고 느껴야 생기는 것”이라며“박물관은 꿈을 키우는 발전소”라고 강조했다. / 원주=류현아 기자
    이 질문에 한선학(54) 고판화박물관장은 “부자가 되려면 박물관에 가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말을 가볍게 흘려들어선 안 된다. 한 관장은 최근 한양대 대학원에서 ‘고(古)판화의 박물관 교육 내용과 방법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은 국내 첫 ‘박물관 교육학 박사’다. 그뿐 아니다. 그가 운영하는 고판화박물관은 강원도 원주 시내를 한참 벗어난 산속에 있지만 연(年) 1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올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관람객의 70%는 수도권서 찾아온다. 서울과의 거리가 상당한데도 지난달엔 서울시교육청 현장체험 학습기관으로 지정됐다.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을 흉내 내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젠 명품(名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세계적인 명품은 그 나라의 정신을 담고 있어요. 한 나라의 전통과 뿌리, 정체성은 문화재에 오롯이 담겨 있고요. 박물관이야말로 문화재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곳이지요.” 명품을 만들고 싶다면, 그래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박물관에서 다양한 문화재를 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 출발합니다. 박물관은 아이디어를 훔쳐가는 곳이에요. 옛사람들의 정신이 깃든 유물을 통해 창의성을 배울 수 있는 곳이죠.”

    하지만 유물에 깃든 정신을 어린이들이 제대로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한 관장은 “자주 들러 유물과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했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처음엔 그대로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결국 콩나물이 쑥쑥 자라는 것과 같은 논리다.

    한 관장에 따르면 전시를 볼 땐 기획 의도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게 좋다. “큐레이터는 관객 입장에서 전시를 기획합니다. 그 의도를 가늠해보면 전시를 이해하는 눈이 훨씬 넓어지지요. 박물관을 찾기 전 인터넷 등에서 전시 정보를 미리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한 관장은 메모하는 습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래시만 안 터뜨리면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곳이 많아요. 메모뿐 아니라 카메라에 정보를 듬뿍 담아가는 것도 게을리하지 마세요. 본 걸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놓고 자주 들여다보면 유물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고 좋은 아이디어도 얻게 되거든요. 박물관마다 운영 중인 전시 해설 프로그램과 체험교실도 유물을 더 깊이 있게,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니 적극 활용하세요.”

    한 관장은 학부모와 교사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학부모 중 일부는 교육에 좋다니까 아이와 함께 박물관 입구까진 오시는데 정작 관내엔 아이만 들여보내세요. 그런 부모님은 절대 아이를 창의적인 인재로 키울 수 없습니다.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도 바뀌니까요.” “선생님 역시 무조건 박물관에 다녀오라는 숙제만 내주지 말고 아이들이 적절한 동기를 찾도록 도와야 한다”는 게 한 관장의 설명이다. 왜 박물관에 가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얘기해주면 효과가 몇 배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겐 박물관이 왜 중요한지부터 설명해줍니다. 그러면 심드렁하던 아이들의 눈빛이 금세 초롱초롱 되살아나거든요.”

    박물관 알차게 보는 법

    전시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 후 방문하세요!

    사진과 함께 기록하는 것도 잊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