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입시경쟁 속으로…
이영주 기자 xpcmzh@chosun.com
기사입력 2010.08.27 18:27

입학사정관 전형 확대로 초?중학생도 입시준비 '매우 구체적'
입시전문가, 학부모 교육수준 높을수록 조기입시준비 연령대 낮아져…

  •  초등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대입 준비가 매우 구체적이고 장기적이라는 점이다. 즐겁게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대입을 준비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부터 본격 개시된 ‘입학사정관 전형’이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했는지를 나타내는 ‘포트폴리오’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들도 ‘창의적 독서활동 이력’을 위해 학원에서 독서교육을 받는가 하면, 외국어 공부를 위해 개학도 마다하고 해외 어학연수 일정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25일 고려대에서 열린 2011학년도 수시 입학 설명회(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설명회장을 빠져나왔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미현(43) 씨는 “아이를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시키고 싶다”면서도 “모아둔 것은 일기장 몇 권이 전부라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한 학원에서는 4~5명 정도 그룹을 이뤄 교사 한 명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의견을 나누는 ‘독서 수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유지현(31) 강사는 “자기 의견을 표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면접 준비가 된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도 독서이력 등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학원을 다니는 미성중학교 3학년 한정우(16) 군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비해 독서 수업을 듣고 있다” 며 “글을 파악하는 능력도 함께 기를 수 있어 논술에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상당수가 공인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한 온라인 교육 사이트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자능력시험, 한국사 능력시험 등의 강의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이 사이트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수강 신청한 초등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또 어학, 미술, 예체능 등 특기자 전형을 노리는 학부모들은 일찍부터 자녀들을 관련 학원 등에 보내 각종 대회에 출전시키기도 한다. 서초구 한도연(38)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인데 수상 기록이 나중에 관련 대학에 진학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10월에 있을 피아노 콩쿠르 출전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대입 전형이 다양해지고, 입학사정관 전형이 점차 확대될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학부모들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연령대는 낮아지고 준비 과정은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비즈니스앤TV 이영주 기자 [xpcmz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