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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가 때아닌 ‘빈대 전쟁’으로 곤욕(困辱·참기 힘든 일)을 치르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1일(한국 시각) “빈대보다 더 빨리 퍼지는 건? (빈대 천국이란) 오명”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 주택보전국의 집계 결과, 빈대 습격으로 인한 피해는 지난 2년간 67% 포인트 치솟았다. 올들어 6월 30일 현재까지 시 운영 민원전화(311)에 접수된 빈대 관련 불만 호소 전화는 1만2768통. 지난해보다 16%, 2008년보다 39% 늘었다. 2009년 뉴욕 시의원회가 실시한 건강조사에선 뉴요커 열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집에 빈대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는 빈대 급증에 따른 각종 사회 현상도 소개했다. 타임 스퀘어에 위치한 AMC 극장은 좌석 전체에 빈대가 좍 깔려 여러 주에 걸친 공사 끝에 다시 문을 열었다. 렉싱턴 가(Avenue)에 있는 ‘빅토리아 시크릿’ 속옷 매장과 패션 월간지 ‘엘르’ 본사, 브룩클린 연방 지방검사 사무소도 한바탕 빈대와의 소동을 치러야 했다.
개인교사나 케이터러(행사장 등을 돌며 음식을 공급하는 사람) 등 집집마다 옮겨 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은 당장 실직의 위험에 처했다. 사람 사이를 옮겨다니며 피를 빨아먹는 빈대의 특성상 낯선 이는 물론, 연인이나 가족과의 접촉까지 꺼리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 신문은 몇 달씩이나 자신의 아파트에 빈대가 득실댔는데 이웃은커녕 딸에게조차 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한 어머니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빈대과(科) 곤충 빈대는 전세계에 걸쳐 분포해 있으며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새 둥지나 집안 등에 숨어 지내지만 집에서 기르는 가축의 몸에서도 발생한다. 사람 몸에 많아지면 수면 부족을 일으키고 나병과 브루셀라병 등을 옮길 수도 있다. 주로 지저분한 곳에서 번식해 환경이 깨끗해지면서 사라졌지만 최근 대도시 뒷골목 등을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다.
뉴욕 '빈대 전쟁'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몸 옮겨 붙을까 만남 꺼려
2년새 피해 67%포인트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