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체험은 NO! … 박물관은 신나는 놀이터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10.08.20 09:42

[특별기획] 국내 박물관 교육의 명암
하)'교육+놀이' 두 토끼를 잡아라!
유물 복원ㆍ큐레이터 돼보기 등 1박2일 이색 체험 코스 인기
학교로 찾아가 역사 교육도

  • 국내 박물관 교육에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와 학부모가 ‘살아 있는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학습 장소로 박물관을 꼽는다. 박물관 교육 전문가들 역시 “일부 프로그램에서 부족한 점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박물관은 힘든 여건에서도 더 나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박물관에서 ‘실험’되고 있는 이색 교육 프로그램들을 취재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가족 프로그램‘우리는 고고학자 가족’에 참가한 가족이 수막새 복원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 김시원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가족 프로그램‘우리는 고고학자 가족’에 참가한 가족이 수막새 복원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 김시원 기자
    ▲요즘 대세는 ‘가족 프로그램’
    15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가족 단위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주말 프로그램 ‘우리는 고고학자 가족’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총 스무 가족이 참가한 이날 프로그램의 주요 활동은 깨진 ‘수막새’(처마 끝에 놓는 기와) 복원 과정 체험이었다.

    참가자 하시현 양(인천 부곡초 4년)은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수막새의 깨진 부분을 석고로 메우고 색칠하는 작업을 했다”며 “고고학자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배울 수 있어 유익했고, 특히 바쁜 회사일 때문에 평소 같이 시간 보내기 어려웠던 아빠와 함께할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며 웃었다. 어머니 이수미 씨(37세)는 “아이들의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을 자주 활용하는 편”이라며 “방학을 맞아 나들이도 할 겸 가족 프로그램을 선택해봤는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로 즐길 만한 교육 프로그램 증가는 최근 박물관 교육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 중 하나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천연비누로 만드는 왕실유물’과 ‘가족과 함께 만드는 궁중음식’, 국립경주박물관의 ‘우리 가족 박물관 여행’, 국립청주박물관의 ‘우리 가족 박물관 탐방’ 등이 대표적 예.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교육 담당 조혜진 씨는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부모님”이라며 “가족 프로그램은 어린이에게 박물관 유물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기본 기능 외에 박물관이란 공간 자체를 행복하고 즐거운 곳으로 기억되게 하는 ‘보너스’ 기능까지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 2010년 1학기 고려대박물관 학교연계프로그램에 단체로 참가한 어린이들이 소장 유물
들을 감상하고 있다. / 고려대박물관 제공
    ▲ 2010년 1학기 고려대박물관 학교연계프로그램에 단체로 참가한 어린이들이 소장 유물 들을 감상하고 있다. / 고려대박물관 제공
    ▲하루도 짧다… “박물관서 1박2일!”
    방학을 맞아 좀 더 여유 있게 박물관을 즐기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1박2일’ 교육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14~15일 국립청주박물관은 ‘색(色)다른 1박2일’이란 제목의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4~6학년 어린이 30여 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선 △직접 유물을 등록하고 포장해보는 ‘유물관리 체험’ △보존과학실 견학 △릴레이 유물 퀴즈 맞히기 △스티커로 된 유물들을 직접 전시해보는 ‘박물관 큐레이터 돼보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이어졌다.

    청주박물관 교육 담당 이민수 씨는 “일반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보존과학실(유물을 복원하고 처리하는 곳)에 들어가 보고 가상 전시도 해보는 등 꼬박 하루 동안 ‘박물관 사람’으로 지내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박물관이란 공간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박물관, 학교와 만나 날개 달다
    고려대박물관(서울 성북구 안암동)은 지난 학기에 이어 다가오는 2학기에도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연계 교육 프로그램 ‘학교 너머 박물관 교실’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조상들의 멋과 슬기가 담긴 문화유산’.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 3단원 ‘우리 겨레의 생활문화’, 그리고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 1단원 ‘유교를 정치의 근본으로 삼은 조선’과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조선 시대 유물을 통해 선비들의 생활과 과거제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게 특징.

    고려대박물관 교육 담당 김예진 씨는 “프로그램 신청을 학급 단위로 받고 있는데, 박물관을 찾기 전에 사전 학습을 하고 올 수 있도록 담임 선생님께 미리 관련 자료를 배부하는 등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박물관과 학교가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2학기 신청이 마감된 상황이지만 대기 학급 수가 워낙 많아 교육 차수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주박물관도 지난해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 문화재 체험학습’이란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도 연중 프로그램으로 ‘학교로 찾아가는 박물관 교육’을 실시 중이다. 공주박물관 교육 담당 안민자 씨는 “박물관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고, 박물관 근처 학교 외엔 참여가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부턴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출장 교육’을 통해 삼국시대의 역사와 유물을 가르치고 있다”며 “박물관과 떨어져 있어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학교들의 호응이 특히 뜨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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