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조 선생님의 옛 그림 산책] ‘월야선유도’
최석조 경기 안양 비산초등 교사
기사입력 2010.08.19 09:40

불 밝힌 대동강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
"평안 감사 부임 잔치는 대단한 볼거리였대"
조선 평안 감사는 엄청난 부자… 화려한 풍류로 한밤을 수놓아

  • 우와, 너희 이렇게 큰 그림 본 적 있니? 뭐 하는 장면을 담았기에 이렇게 크게 그렸을까? 이 그림 제목은 ‘월야선유도(月夜船遊圖)’야. ‘달밤에 배를 띄우고 논다’는 뜻이지. 무슨 놀이냐고? 그 유명한 평안도 관찰사의 부임 축하 잔치란다.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너희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 들어봤니?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자기가 싫으면 소용없다는 뜻이잖아. 여기 나오는 평안 감사가 바로 평안도 관찰사야. 관찰사는 지금의 도지사쯤 되는 벼슬이지.

    평안 감사가 왜 그렇게 좋은 자리냐고? 조선시대엔 여러 명의 감사가 있었어. 이들은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 한양으로 보내 나라 살림에 보태는 임무를 맡았지. 하지만 평안도만은 세금을 한양으로 보내지 않고 평안 감사가 직접 관리했어. 엄청난 재산을 관리하는 부자인 셈이지. 그러니 서로 평안 감사가 되려고 얼마나 난리였겠니? 바로 이 대단한 사람의 부임 잔치가 벌어진 거야. 이 대단한 구경거리를 사람들이 놓칠 리가 없지.

  • 작가 미상, ‘월야선유도’, 종이에 채색, 71.2X196.6cm, 국립중앙박물관
    ▲ 작가 미상, ‘월야선유도’, 종이에 채색, 71.2X196.6cm, 국립중앙박물관
    ●불 밝힌 평양성

    뒤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건물은 평양성이야. 맨 왼쪽 건물이 대동문, 그 옆은 연광정이야. 모두 평양성을 상징하는 건물들이지. 성안에 있는 많은 사람이 횃불을 들었어. 뒤로는 수많은 깃발도 함께 휘날려. 화려한 잔칫날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지.

    성 아래 좀 봐. 강과 바로 닿아 있지? 거기에도 많은 사람이 모였어. 대부분 갓을 쓴 양반들이야. 재미있는 건 맨 오른쪽이야. 행사는 이미 시작했는데, 이제야 부랴부랴 달려오는 사람들이 보이거든. ‘언제 저기까지 가지’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어.

    ●한밤의 화려한 풍류

    그림 속 강은 평양의 대동강이야. 고구려 시대부터 이름을 드날린 역사적인 강이지. 이 위를 크고 작은 배가 가득 메우고 있어. 저기서 오늘의 주인공인 평안 감사를 찾아보렴.

    그래, 대번 눈에 띄네. 가장 크고 화려한 배를 찾으면 되니까. 가운데 지붕까지 달린 큰 배야. 그 아래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바로 평안 감사지.

    평안 감사 바로 앞에선 악사들의 연주가 한창이야. 평안 감사 뒤쪽엔 나이 어린 시종과 아전들이 머리를 조아렸어. 그 옆에선 막 음식을 올리는 중이야. 신나는 잔칫날에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잖아.

    강 위엔 여기저기 던져놓은 횃불들이 보여.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저 정도는 밝아야지. 아래쪽 강가엔 많은 구경꾼이 몰려나왔어.

    아쉽게도 이렇게 큰 그림을 누가 그렸는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어. 어쨌든 그림의 주인공은 저 속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지. 행사를 지켜보는 화가들도 행복했고, 많은 평양 사람들도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을 거야. 모두가 두루 신나는, 정말 행복한 물가의 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