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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도서관과 서점에 자주 데려가세요. 단, 독후감 쓰기를 강요해선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도록 할까? 책이 정말 공부에 도움이 될까?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법한 의문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최근 마련됐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KBS 제1라디오가 공동 주최한 특강 ‘나를 변화시키는 독서법’(11일 낮 1~2시)이 그것. 강사는 올 1월 종영된 KBS 독서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 사회자 출신의 철학자 겸 저술가 탁석산 씨(52·사진)였다. 독서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참석한 학부모 40여 명은 강의 직후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안현옥 씨(53)는 “엄마 머릿속에서 자녀를 움직이려 하지 말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한 후 자기 성향에 맞는 책을 읽게 하는 게 진정한 독서 지도란 걸 알게 됐다”며 흡족해 했다. 이날 강의를 요점별로 정리했다.
<나를 변화시키는 독서법>
△독서는 취미…강요는 금물
독서는 이를테면 낚시와 같다. 철저하게 취미적 활동이므로 모든 사람이 무조건 공유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학부모가 자녀에게 특정 책을 골라주며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 역시 금물이다. 책이라면 질색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몰아붙이는 건 폭력에 가깝다.
△책 읽으면 무조건 성적 향상?
어떤 학부모는 자녀에게 책을 많이 읽히면 학교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독서는 성적 향상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낚시를 잘하는 것과 공부를 잘하는 게 아무 상관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독서는 다른 어떤 걸로도 얻을 수 없는 매력을 심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에게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주는 건 무척 중요하다.
△내 아이 ‘책벌레’로 키우려면
자녀를 책과 가까워지게 하려면 어릴 때부터 책이 있는 공간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게 좋다. 도서관이나 서점 등의 환경에 자주 노출된 아이들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찾아 읽게 된다. 단, 이때 중요한 건 책의 선택권을 전적으로 아이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자유롭게 읽을 책을 고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독서 성향을 파악하게 된다.
△조급해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라
학부모 중 일부는 독서 지도를 한답시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한 후 성급하게 줄거리를 묻거나 독후감을 써보라며 다그친다. 굉장히 나쁜 방법이다. 아이들이 읽은 책 내용은 무의식 속에 저장되기 때문에 책장을 덮은 직후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빛을 발한다. 따라서 성급하게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부담없이 책과 친해지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독서는 취미… 강요 마세요"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철학자 탁석산 선생님의 '나를 변화시키는 독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