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반드시 경험…나만의 '개성' 개발하라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기사입력 2010.08.16 02:57

[직업탐색]패션 디자이너 하상백

  • 패션 디자이너. 패션이라는 단어가 주는 화려한 이미지로 인해 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다. 그 중 하상백 패션 디자이너는 웬만한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구가할 정도로 요즘 패션계에서 관심을 받는 인물이다. 자신의 브랜드 'by 하상배기'의 디자이너이자, 패션모델, 케이블 패션 프로그램 '트랜드리포트필'의 진행자,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스타일리스트 등 그가 하는 일만 해도 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렵다. 패션뿐만 아니라 방송 및 책 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패션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 중인 그의 직업세계를 엿봤다.

  • /정복남 기자 bnchung@chousn.com
    ▲ /정복남 기자 bnchung@chousn.com
    ◆다양한 경험이 최고의 자산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고 한다. 색깔과 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또래 친구들은 바깥에서 놀 때 그는 스케치북을 놓고 색칠공부를 하길 즐겼다. 한 손에는 로봇, 다른 한손에는 인형을 들고 놀기를 좋아했고 낙서나 그림을 그리며 끄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중학교 때 우연히 TV 외화프로그램 중 패션쇼 장면을 보고 화려한 의상 색깔과 빠른 움직임에 반한 뒤로는 더욱 취미활동을 즐겼다.

    고2 때 그의 재능을 알아본 미술 선생님의 추천으로 미대를 생각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라는 뜻밖의 벽에 가로막혀 방황도 했다.

    "제가 미술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진로를 확고히 정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상경계열로 가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반대에 시달렸어요. 공부도 곧잘 했기에 부모님의 기대가 크셨죠.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결국 부모님이 원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에 입학한 그는 전공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끼를 마음껏 표출했다. 하 디자이너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분야를 배우니 습득 속도가 월등히 빨랐고 모든 과정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전공수업에서 늘 A를 받을 정도로 학점도 좋았다.

    자신의 재능에 확신을 가진 뒤 그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스물두살의 나이에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던 것. 그 외에도 패션모델, 각종 방송 리포터 생활 등으로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곧 최연소 디자이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그 당시가 지금보다 더 유명했다고 기억한다. "95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어요. 그때 번 돈으로 작업실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패션 디자이너 생활을 했지요."

    하지만 그는 곧 이유를 알 수 없는 허전함에 시달렸다. 하 디자이너는 "너무 일찍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경험이나 추억이 없어서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탄탄대로의 편안함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향해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주변의 만류에도 모든 활동을 뒤로 한 채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는 세계적인 패션 스쿨로 유명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에서 유학생이 된다. 그곳에서 그는 석사과정 총감독인 루이즈 윌슨을 만나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는 "그분을 통해 무엇이 제가 원하는 것이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인지를 깨달았다. 새로운 자극을 통해 자신을 성숙시키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5년간의 유학생활은 다양한 경험이라는 단어로 압축돼요. 도서관에서 패션분야 책을 보며 공부하고, 실습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며칠 밤도 새워보고 무작정 런던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말투와 옷차림을 살폈던 노력이 저를 살찌웠어요. 그 자양분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큰 시련 없이 지금껏 발전할 수 있었죠."

    ◆'나를 지키자' 개성을 살려라

    그는 '할까?', '말까?'라는 질문 앞에서 뭐든 해보고 후회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 디자이너는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현재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봐야 미련도 없다"고 귀띔했다. 하고 싶은 일을 했던 경험의 소중함도 덧붙여 강조했다.

    "저는 농담 조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지만 경험 많은 놈을 당해낼 수는 없다'고 말해요. 다양한 경험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산이 되죠. 유행을 그대로 좇기 싫어 TV와 신문은 안 보지만 대신 새롭고 신선한 행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각종 문화생활도 틈틈이 챙겨 하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세상 돌아가는 움직임에 맞추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또한 그는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과 개성이 넘쳐나는데 어떻게 한 디자이너의 작업이 모든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어요. 문제는 디자이너의 선택이죠. 자기만의 색채와 취향, 다른 디자이너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개성이 있어야 진정한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출발점에 설 수 있는 거예요. 자기만의 개성을 포기하지 말고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는 현재 10월에 열리는 추계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일 패션 디자인에 몰두하고 있다. 하루하루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많은 분이 저를 보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