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맛 이야기] 효녀를 깨운 씀바귀(상)
신현배 작가
기사입력 2010.08.14 06:34

효녀, 열병 걸린 어머니 위해 의원을 데려왔는데…
"약 지어도 정성 안 들이면 효과 없을게다"

  • 옛날 어느 곳에 허리 병을 앓는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딸이 있었습니다. 딸은 병든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해 어머니에게 드리고, 오전엔 지게를 지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점심을 차려 드린 다음, 집집이 찾아다니며 품팔이를 했습니다. 농사일뿐 아니라 빨래, 바느질, 부엌일, 아기 보는 일까지 닥치는대로 일했습니다.

    딸은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어머니 앞에선 환하게 웃었습니다. 자신은 굶을망정 어머니는 굶기지 않았고, 온갖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드렸습니다.

    “어머니, 이거 좀 드셔 보세요. 고사리나물이에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나물이죠?”

    “아유, 고마워라. 나만 주지 말고 너도 좀 먹으렴.”

  • 삽화=양동석
    ▲ 삽화=양동석
    “아니에요. 저는 어머니가 드시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걸요. 모자라면 또 뜯어올 테니 실컷 드세요.”

    마을에서는 이런 딸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어린아이가 어쩌면 그렇게 효성스러울까.”

    “효녀는 하늘이 낳는다고 하잖아.”

    “우리 집 아이들이 저 아이 반만 따라가도 원이 없겠어.”

    마을 사람들은 효녀를 보기만 하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딸은 하루빨리 어머니의 허리 병이 나아 병석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정화수를 떠놓고 어머니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빌었습니다.

    “산신령님, 어머니의 병이 낫게 해주세요.”

    그러나 간절한 기도에도 어머니의 허리 병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뭐가 잘못됐는지 어머니는 갑자기 열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딸은 불덩이 같은 몸으로 신음하는 어머니를 밤새도록 간호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자 약방으로 달려가 의원을 데려왔습니다. 그러나 의원은 어머니를 진찰하더니 가망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습니다.

    “너무 늦었어. 병이 깊어서 약효가 없을 것 같아.”

    “의원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안 돼요. 어머니를 위해 약을 지어주세요.”

    “내가 약을 지어줘도 정성을 다해 달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약효가 있으려면 제시간에 약을 달여 꼬박꼬박 드시게 해야 한다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약만 지어주신다면 제가 최선을 다해 어머니께 약을 달여 드리겠어요.”〈계속〉

    1년 365일, 밥상 책임지는 다양한 '나물 반찬'

    나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일 먹는 중요한 반찬이다. 어느 집이든 1년 365일 밥상에 차려 놓는다. 나물은 채소, 산나물, 들나물, 뿌리 등을 가공하여 양념에 무친 반찬을 말한다. 나물 재료는 산이나 들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조리 방법도 쉬워 우리나라에선 오랜 옛날부터 나물을 먹어왔다.

  • 두릅
    ▲ 두릅
    나물은 고사리, 도라지, 버섯, 두릅, 고비 등의 산나물과 씀바귀, 냉이, 달래, 고들빼기 등의 들나물, 그리고 호박, 파, 미나리, 상치, 오이, 가지 등의 재배 나물로 나눌 수 있다.

    나물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무침나물과 볶음나물로 구분한다. 무침나물은 나물을 데쳐서 소금, 간장, 고추장 등의 양념을 넣고 무친 것이다. 무침 나물엔 시금치, 미나리, 콩나물, 쑥갓, 숙주나물 등이 있다. 볶음나물은 나물을 기름에 볶아서 익힌 것이다. 볶음나물엔 고사리, 도라지, 콩나물, 버섯, 시래기, 취 등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물을 즐겨먹은 건 나물 특유의 쌉쌀하면서 독특한 향과 씹히는 맛 때문.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영양 섭취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