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한여름의 문화 산타!
공주=손정호 인턴기자 wilde18@chosun.com
기사입력 2010.08.12 09:37

대학생 '농촌 문화배달부' 가온들찬빛팀
공주 효포초서 미술·경제·요리 등 수업

  • 11일 오전, 충남 공주 효포초등학교(교장 서정국) 교정이 싱그러운 젊음으로 환해졌다. ‘가온들찬빛’이란 재미난 팀명의 대학생 네 명이 학교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가온들찬빛’은 ‘들에 가득찬 별빛’이란 뜻의 순우리말. 국제리더십학생협회(AIESEC) 소속인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부터 ‘신개념 농활(농촌봉사활동)’로 추진 중인 ‘문화배달부 사업’에 지원, 10개 팀 중 한 곳으로 선정돼 이날 ‘문화 배달’에 나섰다.

    ‘가온들찬빛’ 팀원들은 이날부터 9박 10일간 효포초등 어린이 20여 명의 멘토(조언자)로서 미술·경제·요리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첫날 일정은 서먹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서로의 이름과 별명을 소개하고 열흘간의 ‘마니또 놀이(이름이 적힌 종이를 뽑으면 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잘해줘야 하는 놀이)’를 위해 서로의 마니또를 뽑는 순서가 이어졌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티셔츠 타임’. 흰색 티셔츠에 튜브 물감을 짜서 네모난 틀을 만들고 ‘I am(나는)’이라고 쓴 후,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색 물감으로 원하는 내용을 그려넣는 시간이었다. ‘나만의 티셔츠’를 완성한 어린이들은 서로의 작품에 담긴 의미를 발표하며 이날 수업을 마무리지었다.

  • 11일 오전 대학생 선생님과 함께 ‘나만의 티셔츠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 충남 공주 효포초등 어린이들이 각자 만든 티셔츠를 들어보이고 있다. / 공주=손정호 인턴기자
    ▲ 11일 오전 대학생 선생님과 함께 ‘나만의 티셔츠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 충남 공주 효포초등 어린이들이 각자 만든 티셔츠를 들어보이고 있다. / 공주=손정호 인턴기자
    “전요, 박지성 같은 축구선수가 될 거예요.” 김지성 군(3년)은 축구공과 골대가 그려진 티셔츠를 들어 보였다. 이상균 군(3년)은 같은 반 여자친구 민지에 대한 수줍은 고백을 티셔츠에 담았다. 수업이 끝난 후 옷걸이에 걸린 채 볕 좋은 곳에서 나부끼는 수십 장의 티셔츠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이 됐다.

    의사가 꿈인 우호영 군(5년)은 대학생 형·누나들과의 체험이 무척 기대되는 눈치였다. “왠지 모르게 열흘 후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이슬기 양(6년)은 “기회가 닿는다면 나도 나중에 대학생이 돼서 언니들처럼 문화배달부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서연 ‘가온들찬빛’ 팀장(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3년)은 “평소 대학생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어린이들과 좀 색다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해보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송종훈 군(서강대 화공생명학과 3년)은 “젊은 20대 시절을 친구들, 어린이들과 어울리며 값진 추억을 만들고 싶어 이번 프로그램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날 일정을 참관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공주시교육청 정수경 씨(지역사회교육복지 전문가)는 “선생님과 동네 어른들만 보고 지내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대학생 선생님 앞에서 평소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국 교장 선생님 역시 “의지할 선배가 거의 없던 학생들이 대학생과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