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큰일 났어요. 예쁘게 자라던 콩이 사라졌어요. 엄마, 도와줘!”
지난 9일 오후 다솔방과후교실(서울 중구 중림동)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초록색 티셔츠 차림의 할머니. 모두 세 명의 할머니가 어린이들을 앉혀놓고 인형극 연기에 한창이었다. 인기 동화 ‘세 엄마 이야기’(신혜원 지음, 사계절)를 인형극으로 재구성한 것이었다. 곧이어 “까르르” 하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
이날 무대에 선 할머니 연기자들은 책 읽어주는 실버문화봉사단 ‘북북(Book-Book)’ 소속이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북북’ 봉사단은 지난 7월 21일 발대식을 가진 후 지역아동센터·다문화시설·소아병동·장애아동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기를 모집했고 올해 2기 봉사단이 꾸려졌다. 단원은 5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했다. 뽑혔다고 바로 봉사활동에 투입되는 건 아니다. 아동심리학·책 읽어주는 요령 등에 관한 별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봉사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복지협의회 김혜린 씨는 “사회 소외계층인 노인과 저소득층·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책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의도에서 ‘북북’ 봉사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북북’ 봉사단은 비단 어린이에게 책 읽어주기뿐 아니라 인형극·만들기 수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만들기 활동을 통해 각자 들은 이야기의 느낌을 표현해보는 시간. 서울 친척집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이날 수업에 참가한 최지우 양(경기 용인초 6년)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풍선과 컵, 색종이 등으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다. 한지혜 양(서울 미동초 1년)은 “할머니들이 책 속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각기 달리해 들려주셔서 혼자 책 읽는 것보다 훨씬 실감 났다”고 말했다.
1기 때부터 ‘북북’ 봉사단원으로 활동 중인 강명자 씨(71세)는 “말썽만 부리고 참여도도 낮았던 한 남매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맨 앞줄에 나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퀴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며 “아이들의 변화를 접하는 기쁨, 아이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봉사활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꿀맛 같은 책 이야기"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북북' 실버봉사단, 아이들 찾아 인형극도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