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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으로 여의도가 들끓었을 때, 연세대 토론학회인 YDT (Yonsei Debate Team)와 피해 여학생은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서 '마녀 사냥'을 당했다. '화장실 찌라시 붙이는 것들이 우쭈쭈 해주니까 잘난 줄 알고 날뛰다가 학교 물 맥이는구나('먹이다'의 잘못된 표현)' 등등.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3만3000여명의 연세대 학생들이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연세대정보공유'에 강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은 여학생의 실명과 학과,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음해성 악플(악성 댓글)도 많았다.
사이트 관리자가 관련 글을 삭제했지만, 지금도 곳곳에 악플이 남아 있다. '강용석 의원이 지목한 여대생 누군지 아시는 분 없나요?'란 제목의 글도 올라 있다. YDT 소속 한 회원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신상 정보를 담은 글과 막말과 욕설이 뒤섞인 악플에 시달렸다"며 "이들이 과연 같은 캠퍼스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우(學友)가 맞나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어머니뻘의 미화원에게 막말을 해 논란이 된 일명 '경희대 패륜녀'의 실명과 사진이 인터넷에서 공개됐다.
해당 학생들에게 잘못이 있지만, 개인 신상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공격하는 '사이버 인민재판'이 캠퍼스에 만연한 것도 문제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이슈에 따라 순간적으로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패거리 문화와 익명성의 뒤에 숨어 '말의 비수(匕首)'를 던지는 무책임한 행태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가에도 퍼져 있다"고 말했다. -
다른 사람의 지적 콘텐츠를 슬쩍 베끼는 표절 행위도 캠퍼스에서 성행하고 있다. 리포트는 물론 '자소서'(자기소개서)를 전문적으로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도 적지 않다. H사이트에는 100만개가 넘는 대학생 리포트가 등록돼 있다. 상당수 대학생은 1개당 1000~3000원을 내고 리포트 몇 개를 내려받은 뒤 내용을 복사해서 적당히 붙이는 '카피 앤드 페이스트(copy and paste)'를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단국대 황필홍 교수는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읽다 보면 '원본'의 내용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놓은 것도 있다"며 "표절에 대해 학생들이 죄의식을 전혀 갖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보화 능력을 범죄에 악용하는 대학생도 있다. 작년 10월에는 대학 전산망을 해킹해 성적을 조작한 대학 졸업생과 이를 청탁한 졸업반 학생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개인신상 공개하고 무차별 악플 '사이버 인민재판' 끊이지 않아
정보화 시대 캠퍼스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