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조 선생님의 옛 그림 산책] 남계우의 '꽃과 나비'
경기 안양 비산초등 교사
기사입력 2010.07.29 02:11

곱고 화려한 나비들, 꽃 위에서 춤을 추네
나비를 잘 그려 별명이 '남나비'…끊임없이 채집하고 연구한 결과

  • 나비를 잘 그려 ‘나비’란 별명으로 불리던 화가가 있었다는 것 알고 있니? 대체 얼마나 나비를 잘 그렸기에 그러는지 궁금하지? 옆의 그림을 봐. 꽃과 어우러진 나비가 그림을 온통 뒤덮었어. 나비들이 살아서 돌아다니는 듯하잖니!  

  • 남계우, ‘꽃과 나비’, 종이에 채색, 각 127.9X28.8cm, 국립중앙박물관
    ▲ 남계우, ‘꽃과 나비’, 종이에 채색, 각 127.9X28.8cm, 국립중앙박물관
    ● 쌍둥이 그림 대련
    이렇게 두 점이 짝을 이룬 작품을 ‘대련’이라고 해. 물론 두 그림이 똑같진 않아. 대신 일정한 규칙은 있지. 사람으로 치면 이란성 쌍둥이쯤 될까?

    그림 맨 위엔 글씨가 쓰여 있어. 그림에 나오는 나비들에 대한 이야기지. 열 종류가 넘는 나비들이 군데군데 모였어. 맨 아래쪽은 꽃 세상이야. 나비들은 꽃을 찾기 마련이잖니.

    두 그림 다 똑같은 규칙이 있어. 글씨, 나비, 꽃.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잖아. 떼어놓더라도 한 작품이란 걸 금방 알아볼 수 있지.

    그림이 굉장히 화려하지? 나비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원색의 꽃들 때문이야. 그중에서도 왼쪽의 붉은 모란꽃과 오른쪽의 푸른 붓꽃이 돋보여. 태극 문양의 색깔처럼 짝을 이뤘잖아. 특히 붉은 모란꽃이 아주 화려해. 안 그래도 많은 나비가 날아들잖니. 두 꽃 모두 그림 바깥쪽에 치우쳐 있어. 색깔과 위치, 모두 균형을 맞췄지.

    ● 수백 마리의 나비
    우와, 나비 좀 봐. 온갖 종류가 다 모였어. 제비나비·호랑나비·노랑나비·흰나비·공작나비·표범나비·신선나비. 어, 저기 꼬리명주나비도 보여. 왼쪽에 9마리, 오른쪽은 10마리, 모두 19마리야.

    그런데 이보다 훨씬 많은 나비가 있는 느낌이지. 왜냐고? 바로 종이 때문이야. 꽃가루를 뿌린 듯 금박·은박으로 장식했잖아. 당시 유행했던 중국 종이래. 화려한 효과를 내려고 일부러 이런 종이에 그렸지, 뭐. 요즘 미술 시간에도 가끔 이런 한지를 쓰지. 

  • 남계우, ‘화접도’, 종이에 채색, 27.0X27.0cm, 호암미술관
    ▲ 남계우, ‘화접도’, 종이에 채색, 27.0X27.0cm, 호암미술관
    ● 생물학자 남계우
    ‘꽃과 나비’를 누가 그렸는지 아니? 바로 남계우(1811~1888년)란 사람이야. 남계우의 별명이 바로 ‘남나비’였지. 나비를 잘 그리기도 했지만 한평생 나비만 그렸거든. 그러니 그런 별명을 얻을 만도 하지.

    남계우는 벼슬이 높은 선비였어. 선비가 이런 화려한 색깔 나비만 그렸다니, 그만큼 개성이 강한 화가였다고 할 수 있지. 

    남계우의 나비는 곱고 화려한 색깔이 일품이야. 게다가 나비의 생김새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묘사했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비 박사’ 석주명도 남계우의 그림을 보면서 나비를 연구했대. 석주명의 말을 들어보면 남계우는 어릴 때부터 나비를 무척 좋아했대. 나비를 잡아서 책갈피에 넣어두고 틈날 때마다 보고 그렸다고 했거든.

    이렇듯 남계우가 나비를 잘 그리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야. 남계우는 나비 채집과 그림 연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란 말도 있잖아. 타고난 재능도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야 비로소 빛나는 법이지. 너희도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언젠간 저 나비들처럼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