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두려움 '흑기사'가 돕는다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기사입력 2010.07.22 09:45

하버드대 유학생회, 저소득층 자녀에 7년째 봉사

  • 미국 하버드대학교 한인 유학생회(HCKISAㆍ사진)가 7년째 여름방학마다 고국을 찾아 남몰래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온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하버드대 학부생 30~40명으로 구성된 한인 유학생회는 ‘흑기사’란 별칭으로 불린다.‘HCKISA’를 한국식 발음대로 읽은 것이다. 흑기사 회원들은 지난 2004년부터 서울 중구청과 유락종합사회복지관(중구 신당동)의 협조를 받아 매년 여름 중학생 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 특별히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면서 지원자도 점점 늘어나 올해는 중구 15개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와 학교 두 곳의 추천을 받아 학생을 뽑고 있다. 올해는 추천을 받은 45명 중 레벨테스트와 면접 등을 거쳐 중 1~2학년생 19명이 선발됐다.

    지난 19일 운을 연 영어 학교는 오는 8월 13일까지 매주 월~금 오전 10시~오후 2시까지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다.

    수업교재와 교육과정은 모두 흑기사 회원들이 준비했다. 듣기·독해·문제 풀이·쓰기·첨삭 지도는 물론, 매주 한번씩 영어 신문도 제작한다. 교재는 지난해 흑기사 회원들이 직접 서점을 돌며 구입한 참고서를 바탕으로 제자들의 수준에 맞게 제작한 ‘한정판’이다.

    수업은 회화 실력이 자연스럽게 늘 수 있도록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진행한다. 이들은 문학·경제·역사·과학 등 다양한 전공을 바탕으로 제자들이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멘토(상담자) 역할도 하고 있다.

    올해 영어 학교 교장을 맡은 임영순 씨(21세·생물학)는 흑기사를 “미국에서 공부하지만 한국에 애착을 갖고 한국을 바라보는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하버드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게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영어 학교를 통해 조금 더 자신의 꿈에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