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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 대학은 연구에 중점을 두고 학생에 대한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학부교육의 질과 경쟁력 제고야말로 우리 대학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잘 가르치는 대학'을 선정하게 됐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지원 사업(ACE) 대상으로 '잘 가르치는 대학' 11곳을 선정했다. 교과부 대학선진화과의 오태석(41·사진) 과장은 "공정성 확보와 평가의 내실화를 위해 두 달간 3단계 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선정 과정
지난 2월 교과부의 사업계획 공고 이후 전국에서 125개 대학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평가는 서류심사, 면담평가 및 현장실사, 사업관리위원회의 심의 등 3단계로 진행됐다. 학계, 연구계, 산업계 전문가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했고, 면담평가 및 현장실사를 거쳐 사업관리위원회의 심의로 11개 대학을 최종 확정했다. 특히 면담평가 및 현장실사에는 대학 총장 등 구성원의 구체적인 사업추진 의지와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대학총장이 직접 평가에 참여했다.
오 과장은 "총장 면담뿐 아니라 학생의 관점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평가에 반영되도록 학생면담도 실시했다"라고 말했다. 학생면담은 대학당 2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 교수의 수업 및 학사지도 등에 대한 만족도를 확인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
"50여일간 40여명의 평가위원들이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휴대폰까지 수거할 정도였죠. 새벽까지 위원들간 토론이 이어질 정도로 깐깐하고 엄중하게 평가가 이뤄졌습니다. 먼저 학부교육을 통해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상을 명확히 정립했는지, 이런 인재를 기르기 위해 학생 선발부터 졸업까지의 전 과정에 걸친 교육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편할 계획이 있는지를 고려했습니다. 무엇보다 총장을 중심으로 대학 전체가 스스로 변하겠다는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했습니다."
11개 선정대학은 학교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양성하려는 인재상을 명확히 정립했고, 구체적인 계획 및 의지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원 및 평가
선정대학은 앞으로 4년간 매년 30억원씩 총 120억원 가량을 지원받게 된다. 예산지원과 함께 엄격한 관리도 받는다.
오 과장은 "11개 대학은 자율적으로 제시한 성과지표 달성여부와 사업계획 대비 이행실적 등에 대한 연차·중간·종합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각 대학들은 사업수행실적 및 성과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라 연도별로 차등 지원된다. 특히 계획대비 사업수행 실적이 미흡한 대학의 경우 2년 지원 후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대학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쓰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산만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2년차에 이뤄지는 중간평가에서 나쁜 평가를 받거나, 초기 사업목적과 다르게 운영될 경우 중도탈락시킬 수 있습니다. 엄격한 관리와 평가로 실질적인 학부교육 선진화를 이루도록 할 계획입니다."
교과부는 선정대학이 사업추진 및 성관관리 방안 등에 대해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로 이뤄진 상시 컨설팅단을 구성, 대학별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학부교육 선도모델의 확산을 위해 11개 대학의 사업계획 및 성과 등을 상시 공개하기로 했다. 11개 선도대학간 협의체도 구성해 정보교환, 사례 및 주요 성과 등에 대한 워크숍, 심포지엄 등도 개최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계획
교과부는 좋은 학부교육 모델을 추가로 선정, '잘 가르치는 대학' 풍토를 타 대학으로 확산시킨다는 측면에서 내년에도 선도대학을 추가선정할 계획이다.
오 과장은 "2011년에 5개, 2012년에 5개 대학을 추가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만약 예산이 허용된다면 조금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올해 신청대학들이 몇 개월에 걸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학부교육 선진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올해 사업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학교 내에서 논의됐던 계획들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대학들도 많았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학부교육 선진화에 대한 대학들의 높은 관심을 지속시키고, 학생 교육 투자를 늘리기 위해 앞으로도 '잘 가르치는 대학'을 추가로 선정할 방침입니다. 구체적인 지원대학수는 2011년도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사업계획을 수립·공고하겠습니다."
올바른 대학교육이 이뤄지려면 대학의 노력뿐 아니라 입시에 대한 사회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선정된 11개 대학을 보면 지방의 알려지지 않은 대학들이 많이 선정됐습니다. 지역 여건에 맞게 내실을 기하고, 나름대로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들이죠. 이제는 특성화, 다양화의 시대입니다. 입시에서 대학을 정할 때도 무조건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결정할 게 아니라, 그 대학의 교육 커리큘럼, 특색, 학생지원 프로그램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럴 때 대학교육이 정상화되고, 학생 스스로도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룰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과부 오태석 과장 인터뷰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2012년까지 10여개 대학 추가 선정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