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안 돼요!'라고 외쳐요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10.07.15 09:42

서울 난우초서 아동폭력 예방 수업···호신술·대처법 등 배워

  • “여러분, 어린이들이 가진 소중한 세 가지 권리는 무엇인가요?”

    “안전할 권리! 씩씩할 권리! 자유로울 권리!”

    “만약 누군가 그 권리를 빼앗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싫어요! 안 돼요!”

    14일 오전 9시 서울 난우초등학교(교장 김순영) 5학년 5반 교실에서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어린이재단이 올해부터 전국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아동폭력예방프로그램 ‘CAP(Child Assault Prevention)’. 또래 폭력이나 유괴, 성폭력 등에 대한 대처법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생생하게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어린이재단 코리아 CAP 센터 전문가 선생님 3명이 진행한 이날 수업은 아동 권리 교육, 역할극, 호신술 교육, 개별면담 등으로 총 90분간 이어졌다.

    “너 주머니에 돈 있으면 내놔.”

    “싫어! 넌 내 돈을 뺏을 권리가 없어. 자꾸 그러면 부모님과 선생님께 도움을 청할 거야.”

    어린이들은 역할극 시간을 통해 친구에게 돈을 빼앗기는 상황, 낯선 사람이 접근해오는 상황, 아는 어른이 몸을 만지려고 하는 상황 등 여러 위험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연극에 참여해 구체적인 대처법을 익혔다.


  • 난우초등에서 열린 아동폭력예방교육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정강이 낮게 차기’호신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난우초등에서 열린 아동폭력예방교육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정강이 낮게 차기’호신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특히 위험한 상황에서 지를 수 있는 고함인 ‘CAP 고함’은 어린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CAP 고함은 목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횡격막을 타고 밖으로 나오는 깊고 큰소리로, 안전해질 때까지 계속 질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또 정강이 낮게 차기, 발 밟기, 팔꿈치 때리기 등 호신술도 배웠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가한 노현우 군은 “얼마 전 하굣길에 나쁜 형들에게 돈을 빼앗길 뻔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역할극을 통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배워서 좋았다”고 말했다. 한 여학생은 “4학년 때 성추행을 당할 뻔한 적이 있는데 그때 참 속상했다”며 “다음에는 오늘 배운 대로 ‘싫어요! 안 돼요!’라고 분명히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을 이끈 정소희 팀장은 “서울지역에서는 2학기까지 학교별 접수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CAP’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면서 “잇따른 아동폭력 사건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요즘, 역할극과 호신술 등을 통한 교육이 어린이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