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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생들의 학업 수준을 평가하는 학업성취도평가가 13일 전국 1만1000여 개 학교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결시생 처리를 두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진보 성향 시·도교육감 간에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교과부에 따르면, 이날 응시생은 전국의 초6·중3·고2 학생 193만여 명. 결시생은 예년보다 늘어 같은 날 오후 2시 현재 200명(2008년 188명, 2009년 82명)을 넘어섰다. 이는 서울·전북·강원 등 일부 교육청이 시험 미응시자에게 대체 교육을 실시하게 하는 등 ‘시험선택권’을 부여하고, 체험학습에 대해 ‘무단결석’이 아닌 ‘기타결석’으로 처리하게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초등생, "시험선택권? 글쎄…"
고사장에서 만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시험선택권’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 충무초등 윤준호 군(6년)은 “시험 참여 여부를 내 의사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그래도 시험인데 모두 다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 구일초등 김채영 양(6년)은 “그동안 공부한 걸 평가하는 건데 왜 안 보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험에 응한 대부분의 친구는 평소처럼 열심히 시험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의 최모 군(6년)은 “시험이 반갑지는 않지만, 선택해서 보게 된다면 자신의 성적관리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미응시자 체험학습… 강원·전북선 '대체 프로그램'도
이번에도 시험 미응시자들은 주로 체험학습에 참가했다. 서울 지역은 성미산학교에 초등학생 8명 등 응시대상자 39명이 모여 별도의 시간을 가졌다. 대전·충남에서는 47명이 금산 간디학교로 체험학습을 떠났고, 광주 30여 명, 전남 27명, 경기 북부 6개 초등학교 학생 17명 등이 시험 대신 야외활동을 택했다. 강원과 전북 지역에서는 시험 거부 의사를 밝힌 학생들에게 교육감 지시대로 별도의 ‘대체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교육 당국 엇박자에 학교만 혼란 가중
시험 전부터 ‘결석처리’를 놓고 불거져 나온 교과부와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들 간의 ‘불협화음’은 이날도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시험 전날 ‘대체 프로그램 마련과 결시생을 기타결석으로 처리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낸 서울교육청은 이날 오전 8시 시험 시작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전날 보낸 공문이 시험선택권을 부여하라는 의미는 아니었고 응시 거부를 독려·선동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지도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다시 발송했다. 시간차를 둔 애매한 공문에 학교 현장은 그 처리를 놓고 혼선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중앙과 지역 교육 당국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학생평가에서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으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 역시 ‘등교 후 시험 미응시자’에 대해 ‘학교장 중심의 충분한 의견 청취 후 교육적 차원의 대응’ 지침을 내렸지만, 해석이 분분해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초등학생들의 평가는 14일까지 이어지며, 결과는 4단계로 표시돼 오는 9월 학생들에게 통보된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학교별 평가결과가 오는 11월 중에 인터넷에 공개된다.
교육 당국간 '불협화음'에 갈라진 교정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시험 보고, 체험학습도 하고… '학업성취도 평가' 두 풍경
학교마다 시험 미응시자 처리 놓고 입장 '분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