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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 ‘무적함대’ 스페인의 용사들은 아이처럼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1930년 시작된 월드컵 역사에서 만년 우승후보에만 머물던 ‘무관(無冠)의 한(恨)’을 80년 만에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월드컵 사상 여덟 번째 우승국의 탄생. 그 빛나는 ‘우승의 별’은 무적함대의 돛에 아로새겨지게 됐다.
스페인이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꺾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 왕좌에 올랐다. 12일(한국 시각)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스페인은 연장 후반 11분에 터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네덜란드를 1대0으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스페인은 특유의 짧고 정교한 패스로 볼 점유율을 높이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중원에서 기회를 엿보다, 최전방 원톱인 다비드 비야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찔러주는 공격 방식이었다. 네덜란드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2선에서의 강한 압박으로 스페인의 공격을 끊는 한편, 로빈 판 페르시, 디르크 카위트, 아르연 로번 등 ‘공격 3각 편대’와 뒤를 받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가 빠른 공수 전환으로 득점 기회를 엿봤다. 경기는 팽팽한 ‘중원 싸움’으로 이어졌고, 전반 30분이 되기도 전에 5명(스페인 2, 네덜란드 3)이 옐로카드를 받을 만큼 과열 양상을 보였다. -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후반까지 승부가 가려지지 않던 경기는 연장 후반 들어 스페인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연장 후반 4분 네덜란드의 헤이팅아가 돌파를 하던 이니에스타를 저지하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 스페인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거세게 몰아붙였고, 연장 후반 11분 이니에스타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파브레가스로부터 전달받은 패스를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마침내 네덜란드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무적함대 '꿈의 월드컵' 가슴에 품다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이니에스타 결승골… 네덜란드 꺾고 80년 만에 첫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