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학교, 반쪽 된 아이들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기사입력 2010.07.12 09:39

교사 신축 중단된 서울 쌍문초…잘려나간 건물, 공사 기자재 나뒹구는 운동장

  •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의 신축 교사(校舍) 공사가 시공업체 부도로 중단되면서 일부 학급 수업이 절반쯤 잘려나간 건물에서 진행되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관할 교육청의 안이한 대처로 4개월째 공사가 방치돼 학생과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운동장 한가운데엔 높은 철제 가림막이 둘러쳐져 있다./연합뉴스
    ▲ 운동장 한가운데엔 높은 철제 가림막이 둘러쳐져 있다./연합뉴스
    민간투자방식(BTL)으로 교사 한개 동의 신축공사를 진행해온 서울 도봉구 쌍문초등학교는 시공사 부도로 지난 3월 공사가 중단돼, 4학년 학생들이 반쯤 철거된 건물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반 토막 난 건물 우측 외벽은 예전에 사용한 칠판들이 흉물스럽게 외부로 나와있고, 그 아래로 터파기를 위해 파헤쳐놓은 2m여 깊이의 구덩이가 빗물을 머금은 채 그대로 드러나있다. 교정 한 가운데 추락 위험이 큰 ‘대형 함정’이 버젓이 방치돼 있는 것이다.

    운동장에는 체육시설 대신 공사 기자재가 가득하다. 여기에 운동장 한 켠이 5m 높이의 높은 철제 가림막으로 둘러쳐져 있어 체육수업은 불가능한 상태다. 6학년 김 모 군은 “체육시간이 되면 우이천 등 학교 근처 공원으로 가서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 신축 교사 공사 중 시공업체 부도로 4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서울 쌍문초등학교. 건물 절반이 잘려나간 채 흉물스럽게 방치된 구 교사 옆으로 파헤쳐진 커다란 구덩이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연합뉴스
    ▲ 신축 교사 공사 중 시공업체 부도로 4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서울 쌍문초등학교. 건물 절반이 잘려나간 채 흉물스럽게 방치된 구 교사 옆으로 파헤쳐진 커다란 구덩이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원성도 들끓고 있다. 2학년 자녀를 둔 정 모 씨는 “아이들 안전이 위협 받는데, 교육당국은 몇 달째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며 “이러다 폭우라도 내려 사고가 일어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선생님은 “대형 참사가 나야 학교 공사 중단 문제에 관심을 두겠느냐”며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라며 공사 지연에 따른 속앓이를 나타냈다.

    이런 형태의 공사 지연은 쌍문초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학교가 속한 북부교육청 관내만 해도 지난 2008년 5개 학교가 증·개축 공사를 시작했지만, 이 중 3개 학교가 시공사 부도로 완공이 늦춰져 해당 학교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북부교육청 관계자는 “시공사의 잇따른 부도는 교육청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며 “쌍문초등의 경우 지난 5일 다른 업체가 사업을 넘겨받아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