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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서빙고초등학교 교문으로 자전거 한 대가 유유히 들어왔다. 헬멧에 자전거 라이딩용 의류까지 차려입은 사람은 바로 이 학교 노태섭 교장 선생님. ‘자전거 마니아’인 노 교장 선생님은 2007년 9월 서빙고초등에 부임할 때부터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왕복 거리는 무려 40km나 된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은 ‘혼자서’만 자전거를 즐기지 않는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안전 수칙을 지키겠다는 각서만 쓰면 누구나 자전거로 자유롭게 통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교장 선생님은 2009년부터 직접 제자들에게 자전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교장 선생님의 모습에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얻은 아이디어다.
서빙고초등의 자전거 교육은 2~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자전거 문화교실’과 4~6학년을 대상으로 계발활동 시간에 진행하는 ‘자전거 문화체험단’, 그리고 여름방학 중 ‘자전거 국토 순례단’으로 나눠 운영된다. -
지난 6월 28일부터 시작돼 오는 8월까지 진행되는 ‘자전거 문화교실’에서는 단순히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의 필요성, 교통 표지판 알기, 안전 장구 착용법, 수신호, 정지 요령 등 자전거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수업은 매일 아침 8시 10분부터 40분 동안 진행된다. 홍규은 군(2년)은 “예전에 아빠한테 자전거를 배우다가 잘 안 돼서 그만뒀는데, 교장 선생님은 차근차근 가르쳐 주셔서 금방 자신감이 붙었어요”라고 말했다.
‘자전거 문화체험단’ 중 신청자 11명으로 꾸려진 ‘자전거 국토 순례단’은 오는 8월 18~24일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를 앞두고 요즘 체력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일 아침 운동장 10바퀴, 계단 뛰어오르기, 윗몸일으키기를 통해 체력을 기르는 한편 도로 라이딩 시 꼭 필요한 수신호·안전수칙 등을 익히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순례단장 길현수 군(6년)은 “처음 하는 도전이라 떨리지만, 열심히 훈련해 꼭 완주할래요”라고 다짐했다.
노 교장 선생님은 “자전거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건강도 지킬 수 있는 훌륭한 운동”이라면서 “더 많은 아이가 자전거 타는 것을 생활화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장선생님과 '두바퀴'로 소통해요"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서빙고초, 매일 아침 자전거 교육… 내달엔 제주도로 국토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