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행복편지] 얘들아 '사나이들의 큰 꿈' 키워보자
김용환 선생님(경기 안산 산평초등학교)
기사입력 2010.07.06 09:48
  •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그림 속 풍경처럼 아름답다. 뒤로는 서운산 봉우리가 병풍처럼 서 있고 앞으로는 드넓은 벌판에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84명뿐인 작은 학교인데, 그중에서도 내가 담임을 맡은 6학년생의 수는 가장 적다. 담임인 나를 포함해서 7명. 그것도 전부 남자다. 여자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남자들 세상’. 우리 반 아이들은 나와 같은 동기생이다. 내가 처음 오던 날, 아이들도 입학했으니까.

    처음부터 유독 아이들 수가 적었다. 1학년 때는 7명이었는데 그래도 여학생이 1명 있었다. 여학생은 5학년 때까지 남자 아이들과 잘 지내다 어느 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이리하여 5학년 때 처음으로 남자 아이들 세상이 됐다. 5학년 때도 담임 선생님은 남자였다.

    6학년 학기 초엔 여학생 1명이 전학을 왔는데 3개월 동안 남자들 틈에서 지내다 결국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래서 또다시 남자들 세상이 됐다. 남자들만 있으니까 제일 불편한 게 청소 문제다. 남자 아이들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청소를 대충한다. 물 마시는 컵을 닦아도 대충, 빗자루질이나 걸레질도 대충해 버린다.

    좋은 점도 많다. 남자들끼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도 있고 개울로 놀러 가기도 좋다. 가끔 아이들과 점심때 밥을 비벼 먹는 데 그때도 그냥 커다란 그릇 하나에다 밥을 비벼 먹으니 좋다.

    아이들이 6명뿐이라 함께 무엇인가를 하기에 참 좋다. 놀러 갈 때도 내 차에 다 태우고 갈 수 있고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도 간단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많은 여행을 떠나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방학에도 매일 학교에 나올 것이다. 오전 시간 동안 함께 모여 무언가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놀이하는 날도 있을 것이고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학교 옆 작은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기도 할 것이다.

    나는 작은 학교가 좋다. 아이들과 꿈을 이야기할 수 있고 꿈을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앞으로도 이런 행복한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