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인생은 싫어… '나만의 길'을 찾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기사입력 2010.07.05 03:08

[10대, 10대에게 묻다-직업인편]

  • 십대. 공부만 하기에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을 시기다. 누르려 해도 눌러지지 않는 끼와 열정으로 인해 평범한 고교생활을 내던지고 한 분야의 어엿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이 있다. 여느 고교생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그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프로게이머 이영호군

  • 프로게이머 이영호군./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 프로게이머 이영호군./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KT롤스터 소속의 이영호(18·서울디지텍고 3)군은 웬만한 연예인보다 높은 인기를 구사하는 프로게이머다. 현재 그는 한국 e-스포츠협회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3년 전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줄곧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연봉과 각종 대회 상금을 합하면 일 년간 벌어들이는 수익만 해도 수억원에 달한다.

    그가 스타크래프트를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형이 게임 하는 것을 보고 어깨너머로 익혔고, 점차 게임에 빠져들었다. 이를 걱정한 그의 부모가 컴퓨터를 없앴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1 때 다시 집에서 컴퓨터를 만나면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마냥 게임이 좋았어요. 게임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게임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지요. 그런 만큼 실력도 좋아졌어요."

    부모님의 반대는 예상보다 심했다. 이군의 끈질긴 설득 끝에 벼랑 끝 협상이 이뤄졌다. 방학 기간에 프로게이머 자격증을 따오라는 것이다.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이군이 아니었다. 대전에 살던 그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합숙하면서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대회에서 입상해, 한 달 만에 준프로자격을 얻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 조용히 학교생활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셨던 것 같아요. 저의 열정과 노력을 입증한 다음에는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지요.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늘 저에게 힘을 주세요."

    그때부터 외로운 생활이 계속 됐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서울에서 혼자 학교에 다니며 연습생 생활을 했다.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이를 악물고 하루 10시간이 넘는 고된 훈련을 이어갔다. 선천적으로 지고는 못 배기는 성격을 타고난 그는 지독한 승부근성으로 각종 유혹을 넘기고 고된 훈련을 버틸 수 있었다. 그는 "프로의 세계는 오직 실력으로 말한다. 절대 어리다고 봐주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든 혼자 이겨내고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프로의 생활이 힘들지는 않을까. 너무 일찍 진로를 정했다는 불안감은 없을까. 그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놀고 싶고 학교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다른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여기자는 의미다. 또한 적성을 일찍 발견했다는 점에서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남들과 비슷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프로게이머 하면 제가 떠오를 만큼 이 분야에서 오래도록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도예가 이혁군

  • 도예가 이혁군./허재성기자 heophoto@chosun.com
    ▲ 도예가 이혁군./허재성기자 heophoto@chosun.com
    경기 이천시의 한국도예고를 찾았을 때, 이혁(19)군은 사발을 빚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하루에 5시간 이상을 꼬박 사발을 만드는 것으로 보낸다. 가장 일찍 등교해 방과 후 가장 늦게까지 남아서 연습을 한다.

    이군은 학교에서도 연습벌레로 소문이 나 있다. 지독할 정도로 사발에 빠진 그를 보고 선생님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는 "재료인 흙을 어떤 것으로 쓰느냐, 유약을 얼마나 바를 것이냐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다. 가마 앞에서 어떤 모양의 사발이 나올지를 생각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군은 다소 늦은 나이에 도예의 길을 걸었다. 그가 도예를 접하게 된 것은 고1 초. 우연히 집 근처 공방에 갔다가 흙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것. "부드러운 흙의 촉감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왜 이제서야 알게 됐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후회하기보다는 앞으로 이 분야의 길을 택해 계속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결국 이군은 다니던 인문계고를 자퇴하고 일년 뒤 한국도예고에 지원, 합격했다. 생각지도 못한 길을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그를 가로막았지만 결국 딛고 이겨냈다. "흙을 접하기 전까지 저는 별다른 꿈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도예를 알게 된 다음부터 제 안의 숨겨진 끼와 열정을 알게 됐지요."

    학교생활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일찍부터 도예를 전공한 친구들에 비해 그는 흡수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그럴수록 그는 더 연습에 매달렸다. 실기 연습 못지않게 그가 매달린 것은 바로 재료인 흙. 근본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흙에 관한 것이라면 안 읽어본 책이 없을 정도로 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꼬박 일년을 흙과 사발에 빠져 지내자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학생 도예가로 이름이 날 만큼 그가 거둔 성적은 대단하다. 교내 대회는 물론이고 각종 공모전에서 뛰어난 입상 성적을 거뒀다. 이 중에는 아마추어가 대상이 아닌 현직 도예가들과 경쟁해 입상한 것도 많다. 또한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도예마을'이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초보자들에게 도예를 소개하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 비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이군의 꿈은 자신만의 독특한 사발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해 도예 아티스트의 길로 나아갈 예정이다.

    "저보다 재능이 있는 친구들을 종종 보지만 그것에 미칠 만큼 열정적인 친구들은 흔하지 않아요. 십대라면 무엇에 빠져 열정을 다해보고 도전해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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