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린이]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꿈꾸는 황유성 군<경북 김천 부곡초 5년>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10.07.03 16:26

"신나게 춤추며 건강·꿈 찾아"

  • 1일 오후, 경북 김천 시내의 한 스포츠댄스 학원. 행진곡풍의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연습실에 울려 퍼지자 어린 한 커플이 스페인 투우사들의 춤인 ‘파소도블레’를 추기 시작했다.  아직 덜 자란 가녀린 몸이었지만, 역동적이고 강렬한 춤사위에 연습실은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다.

    황유성 군(경북 김천 부곡초 5년)이 댄스스포츠를 시작한 건 유치원에 다니던 6살 무렵. 유난히 몸이 마르고 약한 유성이를 위해 어머니는 태권도 같은 강한 운동 대신 ‘춤’을 가르치기로 했다.
  • ‘찰떡호흡’황유성 군과 김지수 양 커플.
    ▲ ‘찰떡호흡’황유성 군과 김지수 양 커플.
    하지만 어린, 게다가 약한 몸으로 춤을 배운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숨도 많이 찼고 동작도 너무 어려웠다. 20~30분 춤을 추고 나면 2~3시간은 학원에서 잠을 자면서 쉬어야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유성이는 매일 학원 가는 시간이 되면 번개처럼 집 앞으로 달려나가 학원차를 기다렸다. “춤추는 게 신나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룸바, 자이브, 차차차, 삼바, 파소도블레. 하나씩 새로운 춤을 배워가면서 유성이의 실력도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바로 2살 위인 김지수 양(김천중 1년)과의 만남이었다.

    둘은 커플이 되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나가는 대회마다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상을 휩쓸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댄스스포츠대회 초등부 1위를 비롯해 크고 작은 국내 대회와 일본·중국·헝가리 등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다.

    유성이의 ‘춤 스승’ 최용진 선생님은 “댄스스포츠는 무엇보다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한데, 두 아이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며 “기본적으로 실력도 뛰어나지만, 춤에 대한 열정과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 꾸준히 연습하는 모습 등 닮은 점이 많아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잘나가던’ 유성이와 지수 커플에게 요즘 슬럼프가 찾아왔다. 지수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올해부터 초등부가 아닌 중등부로 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 키가 한뼘도 넘게 차이 나는 형·누나들 틈에서 실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 올 들어 출전한 경기에서는 2번이나 예선탈락을 했다. 늘 1등을 놓치지 않던 유성이에겐 큰 충격이었다.

    “처음 예선탈락을 했을 때는 잠을 못 잘 정도로 분했어요. 하지만 ‘1등엔 더 올라갈 자리가 없지만, 우리에겐 올라가야 할 목표가 있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지수 누나와도 더 열심히 연습하기로 약속했고요.”

    유성이는 춤을 통해 얻은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허약했던 제가 감기 한번 안 걸릴 정도로 체력도 좋아졌고, 소극적이던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앞으로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선수가 돼서 지수 누나와 함께 세계무대를 누비고 싶어요.”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