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행복편지] 선생님과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가자
김신애(서울 풍납초등 교사)
기사입력 2010.06.29 00:12
  • 발령 4개월 차, 어느덧 출근길도 제법 익숙해지고 다른 학년의 반을 찾다 학교 안에서 길을 헤매는 일도 점차 줄어들었다.

    학급 담임이 아닌 6학년 음악 교과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크게 냈던 목소리에 아이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어느덧 초등학생에게까지 짐 지워진 학업 스트레스 속에서 음악 시간만큼이라도 즐겁고 신명나게 보내보자는 다짐을 했던 3월의 첫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 생각과 같지 않았나 보다. 이제 막 변성기에 접어들면서 큰 소리로 따라 부르기에는 교과서 속 노래가 너무 높았고, 몸도 마음도 성숙한 몇몇 아이들은 대중가요에 익숙해져 동요는 유치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둥당기 타령’을 배우던 날이었다.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초임교사의 열정이 지나쳤던 것일까? 일주일 내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 탓인지 목이 더 이상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답답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틈을 타 더욱 떠드는 아이들이 어찌나 얄밉고 원망스럽던지···.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한참 뒤의 과정인 리코더 수업을 먼저 하기로 했다.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3학년 때부터 꾸준히 리코더를 접해서인지 노래를 부를 때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아이들이 아름다운 ‘에델바이스’를 멋지게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놀란 모습에 아이들도 신이 났는지 자꾸만 더 불어보자고 야단이었다. 아마도 그날의 리코더 수업이 아이들과 첫 교감이 이루어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후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아이들이 노래를 틀리거나 어려워할 때마다 “너희는 리코더 신동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게 됐다. 아이들을 좀 더 너그럽게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사실 아직 난 아이들과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불협화음’들이 분명 아이들과 나를 성장시키는 큰 밑거름이 될 거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