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독서토론 지도법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기사입력 2010.06.28 03:13

저학년…이야기 파악하기
고학년…사회적 문제 다루기

  • 독서토론 습관은 어릴 적부터 들이는 것이 좋다. 유아기부터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경험을 쌓아야 초등학생이 돼서도 독서토론을 잘 받아들인다. 김수연 한솔교육 주니어플라톤 선임연구원은 "아이의 학년과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독서토론 교육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가정에서 지도할 때는 단계별 교육에 신경 쓰라"고 조언했다.

    독서토론에 활용할 책을 고를 때는 학교 교과과정과 시기별 특징을 고려하면 좋다. 예를 들어 4월이라면 '과학의 달'에 어울리는 과학 책을 고르되, 아이 학년의 과학 교과서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살펴 책을 선택하는 식이다. 정은주 한우리독서논술 강남직영지부 원장은 "교과 과정보다 한 달 정도 앞서서 책을 읽히고 토론하면, 아이가 학교에서 배울 때 재미와 자신감을 느껴 동기 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초등 1~2학년

    주로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단계이다. '토론'보다는 '이야기 나누기'라는 말이 적절한 시기이기도 하다. 읽은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토론의 70~80%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를 읽었다면, 왕비가 왜 백설공주를 세 번이나 찾아 갔는지, 사냥꾼은 왜 백설공주를 살려줬는지, 백설공주는 왜 죽었는지 등의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아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파악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책 속 등장인물, 사건을 중심으로 토론을 이끌어 나간다. 먼저 등장인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성격인지를 분석하고, 인물의 행동이 옳았는지 등을 책 속 내용을 근거로 비판해 본다. 책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생각해 보고, 만약 등장인물이 다르게 행동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추측해 본다.

    토론할 때는 부모가 아이에게 책의 내용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같은 독자의 입장에 서야 한다. 김수연 연구원은 "부모도 한 명의 독자이며 토론 참여자일 뿐이다. 다만, 독서토론의 초점이 글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질문을 통해 토론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부모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등 3~4학년

    읽은 책에 대해 낮은 수준의 개인적 의견 진술과 교환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저자의 의견에 상당수 동의하지만, 자신만의 비판적 시각을 갖기도 한다. 읽은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토론의 50~6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서로 자신의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1, 2학년 때 주로 읽었던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보다는 논픽션과 문학작품을 고루 접하면서 좀 더 확장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김수연 연구원은 "부모가 지도할 때는 자신의 의견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것이 토론의 목적임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중요하게 느끼는 부분이 서로 다른 이유, 그렇게 생각한 까닭 등을 이야기하도록 지도한다. 정은주 원장 역시 "토론을 하면 서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역사책 등을 다룰 때 부모가 은연중에 자신의 생각을 아이에게 주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가 자기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 5~6학년

    이 단계에서는 비판적인 글 읽기와 토론에 초점을 둔다. 읽은 내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친구의 의견을 들은 다음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활동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 초등 고학년 단계에서는 독서의 목적을 비판적 사고력 신장에 두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다른 글, 혹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에 비춰본 후 이를 다시 친구들의 생각과 비교하는 활동까지 해보는 것이 좋다. 이 시기부터는 부모도 토론에 대한 안내를 점차 줄이고 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의 의견이나 생각을 듣고 그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은주 원장은 "초등 고학년 시기에는 읽은 책의 내용을 사회적 이슈·문제로까지 확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표범소년 오우이아 이야기'라는 책을 읽은 아이들은 단지 표범이 등장하는 동화라고만 생각할 뿐, 이 책이 국제사회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을 몰라요. 하지만 이 책은 소년 병사 이야기를 우화로 꾸민 거예요. 책을 읽고 소년 병사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또, 토론을 한 다음에는 '세계평화가 오면 이런 소년병사도 사라질 테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께 세계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편지를 써보자'고 아이에게 권한다면 더욱 좋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