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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뿐 아니라 체육·예술·봉사활동 등에 초점을 맞춘 하나고등학교의 교육 방침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중앙일보가 17일 보도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창의성 교육도 좋지만 공부를 안 시키면 좋은 대학에 어떻게 가냐”며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하나고는 영국 이튼칼리지와 같은 ‘명품학교’를 지향하며 설립된 서울 최초의 자립형사립고다. 학비 연 1200만원의 ‘귀족학교’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추가로 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월 첫 신입생 모집에 7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하지만 개교 3개월 만에 이 학교의 교육 방식이 학부모들의 저항에 부딪친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10여명의 학부모들은 학교 설립자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체육과 미술·음악 중심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인 ‘1인 2기 프로그램’의 축소 ▲매 주말 외박 허용을 요구했다. 창의성 교육의 일환인 1인 2기 프로그램에 따라 하나고 학생들은 매일 체육과 음악·미술 활동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외박도 월 1회로 제한됐다. 학생들이 주말을 이용해 사교육을 받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외박을 안 나가는 주말과 휴일엔 클럽활동·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하나고 김진성 교장은 “지성과 덕성·체력 그리고 감성이 조화된 창의적 인재 육성은 우리 학교가 개교 전부터 주창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그러다 명문대 진학에 실패하면 아이의 인생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우려한다. 학부모들의 불안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재학생 김모(16)군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어 좋다”면서도 “예전에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닐 때보다 공부를 안 하는 것 같아 불안할 때도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지성과 체력, 감성이 조화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이 학교의 목표가 입시 경쟁이라는 현실적 벽에 부딪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학교 측도 타협점 찾기에 나섰다. 하나고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요구와 입시 현실을 무시하기 힘들다”며 “1인 2기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월 1회 외박’ 원칙은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교수를 그만두고 하나고에 온 김 교장은 “영국의 이튼 칼리지 같은 명문학교를 만드는 게 하나고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이 신문에 설명했다. 학생들이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사교육에 매달린다면 다른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와 차별화될 수 없다는 뜻이다.
"공부 안 시키면 좋은 대학 어떻게 가나" '개교 3개월' 하나고에 학부모 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