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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란 모름지기 공부만 해야 하는 시기일까. '십대 =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기간'이라는 등식을 깨고 자신의 꿈을 위해 사회와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는 청소년들이 있다. 그 첫 시간으로 독특한 사업아이템으로 창업을 시작한 고교생 CEO를 만나봤다. 좋아하는 분야의 일에 열정을 바친 남형주양과 최아론양의 얘기를 들어보자.
◆의류 쇼핑몰 CEO 남형주양 -
"고등학생 신분으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 경제적 마인드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요."
서울 선일이비즈니스고 콘텐츠학과 3학년 남형주양은 지난해 6월 '니망샵(www.nimangshop.com)'이라는 의류 쇼핑몰을 오픈한 뒤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니망샵이라는 이름은 '니가 안 사면 망한다'는 뜻으로 남양이 직접 지었다. 오픈 이래 지금까지 월평균 100만원 이상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남양은 평소 옷에 관심이 많다. 늘 주변 친구들로부터 패션 감각이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안 쓰는 물건을 직접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 중고 마켓에 올렸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똑같은 물품도 제가 올리면 더 잘 팔렸어요. 패션 스타일을 잘 잡아내고 옷을 고르는 센스가 많다는 주변의 말에 점차 의류 쇼핑몰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쇼핑몰은 6개월간 사전 조사 끝에 만들게 됐다. 안 들어가 본 의류 쇼핑몰이 없을 정도로 다른 사이트들의 장단점을 파악했고, 발이 부르트도록 동대문 시장을 누비며 창업 준비를 했다. 부모님으로부터 150만원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이후에도 늘 분주히 움직였다. 옷 구매와 코디에서부터 모델 사진촬영, 택배 운송까지 그녀의 손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공부하랴 사업하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 남양은 용돈을 받지 않는다. 용돈은커녕 학비와 생활비까지 본인이 감당하고 있다. 수익의 일부분은 봉사활동으로도 쓰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부모님도 이제는 경제적으로 자립한 저를 대견해하신다"고 귀띔했다.
요즘 남양은 성공의 비결을 묻는 후배들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도움 요청도 받는다. 그는 "무엇인가를 하려면 제대로 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창업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에요. 고등학생이라고 절대 봐주지 않죠. 프로처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자신이 있다면 과감히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유아용품 업체 CEO 최아론양 -
경기 화성 삼괴고 3학년 최아론양은 일찍부터 사업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 창업을 하기 위해 창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비즈쿨(비즈니스+스쿨)로 선정된 삼괴고로 진학했을 정도. 그는 "사업을 하는 것만큼 세상을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세상을 경험하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의미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2008년 초 중소기업청장 주최 고교생 사업계획서 경진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부터다. 대회 참가를 목표로 아이템을 찾던 중 천연염색으로 항균성이 뛰어난 유아용품을 떠올렸던 것. 대회에서 시장가치를 인정받아 당당히 1등에 뽑히면서 창업에 자신감을 가졌다. 그는 "학교 내 천연염색 동아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처음에는 과연 제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사업계획서를 차근히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욕심이 생겼고, 그 욕심이 점차 열정으로 바뀌었어요."
최양은 창업특성화 이난희 교사의 도움을 받아 너덧명의 창업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배냇세상이라는 온·오프라인 유아용품 판매업체를 설립했다. 첫 주문은 인근 보건소에서 산모를 위한 기념품으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최양은 유아의류업체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알맞은 제품을 사다 직접 염색을 하는 꼼꼼함으로 이후 주문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방문판매와 온라인 쇼핑몰 운영까지 사업을 열심히 추진한 결과 현재까지 5600만원이라는 매출을 이끌어냈다. 매출은 지도교사를 비롯해 친구들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수익 중 10%는 독거노인 돕기 등 봉사활동에 쓴다.
"친구들과 업무를 분담해 사업의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참 많아요. 또한 한번 써본 소비자가 좋다며 재주문을 할 때마다 인정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하죠."
특히 최양은 방문판매에 가장 중점을 둔다. 발품을 팔며 일일이 회사를 홍보하고 소비자들 앞에서 사업을 알리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고교생이라는 점을 까맣게 잊곤 한다.
최양은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학과 내 상위 1%를 벗어난 적이 없다. 대학에 입학해 소비자학과 또는 경영학과에서 전공 수업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학생이라는 본분에 충실한다는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공부와 사업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우린 교복 입은 사장님 "사업도 공부도 대충은 없죠"
글=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 10대, 10대에게 묻다_ CEO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