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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단순한 봉사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진정성이다. 음악연주, 댄스 등 자신만의 끼와 열정을 봉사활동으로 승화시킨 학생들을 만나봤다.
#1_ 대일외고 미라클
지난 5월 22일 오후 4시 분당 AK플라자 1층 열린광장. 남녀 혼성 6인조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광장을 뒤덮었다. 난데없는 음악소리에 쇼핑객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어린 연주자들을 향해 눈과 귀를 고정했다. ‘You raise me up’, ‘Por una Cabeza’등의 연주가 계속 되자 관중들은 공연이 끝날때까지 탄성을 쏟아냈다.
수많은 관중들의 귀를 사로잡은 주인공은 대일외고 2학년 음악 봉사동아리 ‘미라클’의 회원들. 바이올린을 맡은 이동은양, 진수양, 정서연양을 비롯해 건반을 맡은 김건희군과 박지윤양, 첼로를 맡은 현도엽군 등이 그들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6명의 친구들이 모여 작은 음악회를 통해 외롭고 소외된 이웃들을 돕고자 지난해 4월 동아리를 결성했다. 창단 이래 지금까지 매월 한 차례씩 논골 노인 복지관에서 봉사공연을 하고 연 2~3회 모금 연주를 통해 시각 장애 이웃을 돕고 있다. 이날의 공연 역시 수술 시기를 놓쳐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학생들의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모금액은 한국 실명 예방재단에 전액 기부됐다. -
동아리 모임을 처음 기획한 것은 회장 이동은양의 역할이 컸다. 초등학생 시기를 베트남에서 보낸 이양은 그곳에서 열악한 의료시설과 헐벗은 사람들을 보고 봉사의 뜻을 세웠고 대일외고 입학 후 학교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게 되면서 계획을 구체화했다. 오래 전부터 공연기획을 하고 싶었던 박지윤양, 소외된 계층들의 인권에 관심이 있었던 현도엽군, 어려서부터 음악봉사를 많이 했던 김건희군, 학교 오케스트라반으로 음악의 힘을 믿었던 정서연양, 환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의사가 되고 싶은 진수양이 뜻을 함께 했다. 이동은양은 “저희가 뜻을 모아 기적을 만들고 그 기적이 더 큰 기적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아리명을 ‘미라클’로 정했다”고 말했다.
공연 기획부터 모든 활동 내용은 6명이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정했다. 공연 일정이 정해지면 일주일에 몇 차례씩 학교 공연실에 모여 각자 맡은 악기를 연주하며 연습했다. 박지윤양은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모여 연습을 하고 한밤중이 돼서야 집에 돌아가곤 했다”고 말했다. 김건희군은 “공부할 시간도 부족할 때 공연 준비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공연을 기다릴 복지관 할아버지, 할머니와 시각장애우들을 생각하면 불평할 여유조차 없다”고 말했다. 정서연양은 “단순한 봉사와 달리 음악이 매개가 되어 더욱 뜻깊은 추억이 된다”고 말했다.
#2_ 대원외고 DVD
지난 화요일 밤 11시 대원외고 5층 댄스동아리 DVD(Daewon Voluntary Dance)의 연습실.
학생들이 전신거울로 된 벽면을 보며 춤연습에 한창이었다. 2PM의 ‘Without You’, 소녀시대의 ‘Oh!’ 등의 음악에 맞춰 때로는 역동적으로, 때로는 귀여운 모습으로 춤을 췄다. 바로 6월 26일 산본 원광대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선보일 봉사공연을 위한 연습이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였지만, 이들의 얼굴에서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밝은 미소로 가득 찼다.
대원외고 댄스동아리 DVD는 단순히 춤만 추는 동아리가 아니다. 댄스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학교 및 지역 행사에 참여, 관객과 시민들에게 춤으로 행사의 의미를 한껏 고무시키는 역할을 한다. -
DVD 회장 박현준(3학년)군은 “처음에는 그저 춤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그러나 단순히 즐거움만을 위한 댄스보다는 기왕이면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에 달려가 신나게 공연을 하면서 모두가 춤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만들고자 지난해 3월 DVD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 DVD는 12명의 학생이었지만, 현재는 다른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26명으로 늘어났다. 학생들마다 춤실력이 제각각이어서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화요일 방과후 밤 10시 30분부터 밤 12시 30분까지 연습실에서 공연준비를 한다.
첫 봉사공연은 지난해 8월 서울시가 후원하고 한중문화예술 교류협회가 주최한 ‘한중 청소년 문화교류의 밤 행사’였다. 여기서 DVD 회원 10명이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등을 선보였다. 이후 DVD는 세계기아대책본부 모금운동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DVD 회원들은 모두 댄스활동이 학업에 더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지혜(3학년)양은 “수업 및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면 힘이 들지만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연습실에서 춤을 추다보면 오히려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에너지도 재충전된다. 회원들 모두 자기의 할 일을 열심히 챙기면서 활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DVD활동이 학업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박현준군은 “땀과 열정을 통해 DVD 회원들이 하나가 되듯이, 공연장에 오신 관객들이 춤으로 화합하고 행복해지는 날까지 우리의 춤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힘든 공부 스트레스 날리고 나눔의 기쁨도 누린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특별한 고교생 봉사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