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마이스터고 '개천의 용' 들이 몰려들었다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기사입력 2010.01.12 14:38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8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3.55 대 1. 지난해 12월 18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발표한 2010학년도 산업수요 맞춤형 고교, 일명 마이스터고의 입시 경쟁률이다. 마이스터고는 유망 분야의 특화된 산업수요와 연계, 청년 명장(Young Meister)를 양성하는 전문계 고교. 전문계 고교치곤 꽤 높은 경쟁률도 눈길을 끌었지만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우수한 합격생들로 더욱 화제다. 마이스터고는 “졸업 후 4년간 직장에서 일하면 대학 4년을 다닌 것보다 사회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자율형사립고·기숙형공립고와 함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정부가 계획 중인 마이스터고의 총개수는 50개. 2010년 개교하는 학교는 이 중 1차분 21개교(2008년 선정 9개·2009년 선정 12개)다.

    주간조선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이스터고 첫해 신입생 타이틀을 거머쥔 청소년 3640명의 면면이 궁금했다. 너도나도 인문계 고교와 4년제 대학을 외치는 ‘학력 지상주의’의 땅 대한민국에서 이들이 왜 직업교육의 길을 선택했는지부터가 의아했다. 그들을 마이스터고로 이끈 건 선생님의 추천일까, 부모의 권유일까, 본인의 선택일까? 수도권지역 마이스터고 3개교로부터 ‘대표 주자’로 추천 받은 신입생 3명의 사연을 찾아나선 건 그런 연유에서였다. 아울러 이참에 마이스터고 출범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은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현황도 들여다봤다. 마지막으로 자기계발전문가 공병호씨가 들려주는 ‘마이스터고 1세대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담았다.


  • 2 양기윤 서울 구룡중 3·수도전기공업고 입학 예정

    학원 한번 안 다니고  서울 강남서 상위 10% “미래는 간판보다 기술”

    소유냐 삶이냐, 한국인의 역사의식, 한국사 특강, 과학 혁명의 구조,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재당(在唐) 신라인 사회 연구, 발해사, 독립군의 전투…. 양기윤군의 책꽂이엔 이런 책들이 꽂혀 있다. 이제 막 중3 기말고사를 끝낸 열여섯 소년의 독서 목록 치곤 수준이 여간 높은 게 아니다. 책꽂이를 가득 메운 서적의 상당수는 종이가 누렇게 바랜 헌 책이다. “어휴, 이게 다가 아니에요. 책이 너무 쌓여 내다버린 것도 얼마나 많은데요.” 어머니 김영덕(47)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양군은 지독한 책벌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개포도서관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빌리고, 읽고 싶은 책을 구하지 못하면 집 근처 헌책방 ‘서적백화점’에 수시로 들러 책을 사모은다. 한 달 용돈 5만원이 고스란히 책값으로 쓰일 때도 부지기수다. 특히 관심있는 분야는 역사. 순전히 개인적 호기심 때문에 독학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은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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