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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일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를 시작으로 '노르웨이의 숲'(1987), '해변의 카프카'(2003〉, '1Q84'(2009) 등 주목할 만한 작품을 발표해 왔다. 동양인으로서 주요 작품이 30년 넘게 4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된 작가는 지금까지 그가 유일하다.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느냐 여부는 자신의 문학적 취향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다. 설령 그에 열광하지 않더라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펼쳐들 만하다.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글을 쓰는지, 세계적 작가는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는지, 특히 삶과 소설, 달리기가 어떻게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며 근사한 삶과 작품의 모습으로 창조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에 열광하는 '광팬'이라면 달리기를 중심에 놓고 그가 펼치는 삶과 문학의 이야기에 차분히 빠져들며 공감할 수 있다.
하루키는 자기가 직접 글로 써보지 않으면 어떤 사물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달리기에 대해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자기 나름의 문장으로 써내려간다. 이는 비단 달리기만이 아니라 그 어떤 주제와 소재를 놓고서도 꼭 갖춰야 할 글쓰기의 기초.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그대로 드러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이다. 공연히 무엇을 쓰겠다고 이리저리 힘을 잔뜩 들이는 태도야말로 작위적이고 고압적인 결과만 낳게 한다.
그가 서문 '선택 사항으로서의 고통'부터 후기 '세상의 길 위에서'까지 중간에 담은 달리기 이야기는 모두 아홉 꼭지. 2006년 8월 5일 미국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부터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홋카이도 사로마 호수, 가나가와 현의 어느 곳에서 2006년 10월 1일 니가타 현 무라카미 시까지 달리기에 관하여 쓴 회고는 간결하면서도 풍성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가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됐는지, 어떻게 달리기를 하게 됐는지, 나아가 글쓰기와 달리기가 어떻게 그의 삶 속에 녹아 다시 근사하게 꽃피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그는 판매 부수가 많고 적거나 독자나 평론가의 칭찬이나 비난 등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대신 자신의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창작자에게 있어 그 동기는 자신 안에 조용히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으로서, 외부에서 어떤 형태나 기준을 찾아야 할 일은 아니다."(앞의 책, 26쪽)
따라서 글쓰기를 단지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글과 삶은 서로 녹아들며 일상을 새롭고 뜻깊게 만든다. 글쓰기는 자신의 삶을 가꾸는 것이며 이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 나가는 행위이다. 소설이건, 논술이건, 오늘 밤의 일기이건 모든 글은 삶과 어울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
서른세 살에 시작한 달리기는 하루키에게 장편소설 같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강한 체력을 보장하고, 글 쓰는 이로서 가져야 할 필수 시간을 확보하게 해준다. 최소한 1시간 정도 누구와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과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하루키가 달리기만 좋다며 독자들에게 고집하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절대로 자신이나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
하루키는 "뭐가 어찌 됐든, 그저 한결같이" 달리다 보면 삶에 더욱 충실해진다고 강조한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앞의 책, 128쪽)
책을 읽다 보면 아침형 인간에 거의 매일 달리는 모범생 작가, 마라톤을 넘어서 철인 삼종 경기까지 치를 정도로 엄격한 자기 관리를 자랑하는 하루키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모범생이 학교와 교육에 대해 언급해 놓은 대목이 있어 재미있다. 그에 따르면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는 진리'란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곁들여 소설가라면 사뭇 일탈의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오해도 버리면 좋겠다. 또한 학교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펼쳐나갈 것인지 생각해 보자. 달리지 않더라도 얼마간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무엇엔가 몰입하는 순간을 찾는 일, 이는 삶과 글쓰기를 훨씬 더 탄력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논술을 돕는 이 한권의 책] '달리기'로 기록된 하루키 삶의 발자국
달리기를 말할 때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