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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곳곳에는 수백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본 고목들이 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이들 나무에는 다양한 전설과 사연이 아로새겨져 있다.
서울에는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총 11그루와 100살 이상의 보호수 214그루가 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나무는 관악구 신림동 굴참나무(천연기념물 제271호·사진①)로 1000살이 넘었다. 고려시대 강감찬 장군이 길을 지나다 꽂은 지팡이가 자라서 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나무는 주민들의 꾸준한 관리로 고령에도 매년 굵직한 도토리를 만들어 낸다. -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나무는 도봉구 방학동 은행나무(사진②)로 1968년 측정 당시 나이가 830살이었다. 올해 872세가 되는 셈이다. 이 나무는 자신의 가지를 불태워 나라의 위기를 알려준다고 해 ‘애국 나무’로도 불린다.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기 1년 전인 1978년에는 갑자기 불이 나 소방차까지 동원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터에 있는 은행나무는 정승을 키워낸 나무로 유명하다. 이곳은 조선 중종 때 영의정 정광필의 집터였다. 정광필은 어느 날 꿈속에서 나무에 정승 허리띠 12개를 걸어놓은 뒤 이 집안에서는 400년에 걸쳐 12명의 정승이 배출됐다고 전해진다.
명성황후가 임오군란을 피해 여주로 피신하던 중 민가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치성을 올렸다는 660살 은행나무(노원구 중계동·사진③), 수호신이 깃들어 6·25전쟁 때 이곳에 피신한 사람은 한 명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물푸레나무(동대문구 전농4동·사진④)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나무가 서울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 '전설의 나무' 자란다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강감찬 장군 지팡이가 굴참나무로…나라 위기 때 제 몸 태우는 애국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