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묘약 처방 받았어요!"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10.05.19 10:10

소아암 어린이들, 민속박물관서 전통체험 나들이

  • 18일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을 찾은 소아암 어린이들이 북과 장구를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 18일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을 찾은 소아암 어린이들이 북과 장구를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18일 오전,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국립민속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을 찾은 어린이와 가족들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엄마랑 같이 박물관 온 건 처음이에요. 아픈 게 싹 낫는 것 같아요.”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열한살 서혜경 양(삼성서울병원 병원학교)의 입가엔 자꾸만 웃음이 번졌다.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혜경이가 놀러다니는 걸 무척 좋아해요. 그동안 병원 치료받느라 나들이 가기가 어려웠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하네요.” 경남 마산 팔룡초등학교에 다니던 혜경이는 지난해 11월 뇌에서 희귀암이 발견돼 서울로 왔다. 위험한 고비도 여러 번 넘겼지만, 다행히 치료 경과가 좋아 지금은 한시름 놓았다고 어머니는 설명했다.

    소아암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장기 치료 때문에 문화생활이 어려웠던 어린이병원학교 소아암 환자들을 초청, 민속체험 교실을 연 것이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가톨릭서울성모병원·국립암센터 등 5개 어린이병원학교 소아암 환자 37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크게 전시 관람과 체험 학습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오전에는 ‘신나는 동화 속 상상놀이터’와 ‘심청이야기 속으로’ 등 전시관을 관람했고, 버스에 꾸며진 이동박물관도 둘러봤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전통체험 교실이 열렸다. 저학년들은 북과 장구를 치며 사물놀이와 풍물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고, 고학년들은 어깨춤이 절로 나는 봉산탈춤에 푹 빠져들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히 전시관에 마련된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앞에 유난히 많은 어린이가 몰렸다. ‘의사가 되게 해주세요’, ‘동물을 빨리 만질 수 있게 해주세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요’ 등 종이 나뭇잎에 써내려간 어린이들의 소원은 가지각색이었지만, 역시 건강에 대한 바람이 가장 많았다. 올 1월 혈액암인 백혈병이 발병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여덟살 임상민 군(국립암센터 병원학교)은 ‘빨리 낫게 해주세요. 화가랑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쓴 나뭇잎을 소원 나무 위에 높이 매달았다.

    어린이박물관 측은 “병원학교와 함께하는 이 행사를 9월쯤 한 번 더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초청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어 더 많은 아픈 어린이들에게 박물관 관람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