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단자 엄마들의 '영어교육법'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기사입력 2010.05.17 03:12
  • 영어 비디오 틀어주고, 테이프 들려주고,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2010 대한민국 수퍼맘들은 영어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우리아이 영어교육. 스타강사 박현영씨와 동시통역사 이현정씨를 만나 진정한 엄마표 영어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스타 영어강사 박현영

    "매일 30분 '몸짓 언어' 쌓이면 실력"



  • 스타 영어강사 박현영/이경호 기자 ho@chosun.com
    ▲ 스타 영어강사 박현영/이경호 기자 ho@chosun.com
    국내 1세대 스타 영어강사인 박현영. 그녀의 딸 현진(12)이는 4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이미 영어공부 좀 시킨다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롤 모델'이 된 지 오래다. 그녀는 현진이가 말문을 연 순간부터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매일 30분씩 신나게 온몸으로 영어놀이를 했더니 기적이 일어났어요. 한달에 한 단어씩 아주 천천히 확실하게 아이에게 전달했죠. 언어는 느림의 미학입니다. 천천히 확실하게만 할 수 있다면 10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에요."

    박씨는 자신의 케이스를 보며 더 많은 아이들이 영어를 즐기길 바란다. 하지만, 종종 '엄마가 영어를 잘하잖아. 저 아이는 언어 감각이 뛰어날거야' 등의 편견 어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사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목청을 드높인다.

    "현진이가 처음 영어를 시작할 때 육아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엄마 200명의 지원을 받았어요. 우리 아이와 함께 실험을 해보자 그랬죠. 아이들이 지금처럼 영어로 노는 데는 딱 10년 걸렸어요. 끝까지 함께한 엄마와 아이는 현진이처럼 재밌고 신나게 영어를 해요. 현진이만의 특수 케이스가 절대 아니란 말이죠."

    현진이가 일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것 역시, 박씨가 일본 태생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일본에서 산 것은 3살 때까지다. 그는 "일어와 중국어는 현진이보다 못한다. 영어와 똑같은 방법으로 일어와 중국어를 가르쳤다. 온 얼굴을 찌푸리며 발음을 전달했고 온몸을 던져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가 그 시간을 기다리고 좋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영어강사, 동시통역사, 라디오 DJ, 외국어 전문 MC 등 하루 24시간도 부족한 그였지만, 30분 영어 놀이 시간만큼은 반드시 지켰다.

    "현진이는 9살까지 쓰기를 못했어요. 주변에서 '아직도 문법을 모르냐, 너네 엄마 영어강사 맞냐' 등 별별 소리를 다했죠. 하지만 말이 되면 쓰는 건 문제되지 않아요. 10살이 되면서 자신이 내뱉는 언어를 알파벳순으로 쓴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가속도가 붙었죠."

    박씨는 아이에게 한 번도 단어를 써서 외우게 하거나 문법을 강요하지 않았다. 리듬을 붙여가며 큰 소리로 외치고 온몸으로 표현하게 했다. 어떤 책이건 정독보다는 입으로 읽고 상황을 상상하도록 했다. 이렇게 표정으로 몸으로 익힌 영어는 손끝으로 외울 때 보다 훨씬 길고 오래갔다.

    "발음을 걱정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테이프 속 목소리를 성대모사하듯 따라해보세요. 과장해도 좋으니 아이와 함께 영어를 핑퐁처럼 주고 받다보면 어느 순간 영어의 달인이 된 아이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외국어는 외우는 것이 아닌, 오감으로 익히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마세요."

    동시통역사 이현정

    "유아 땐 하루 10분이면 충분"


  • 동시통역사 이현정 /김승완 기자 wanpoto@chosun.com
    ▲ 동시통역사 이현정 /김승완 기자 wanpoto@chosun.com
    다섯 살, 두 살 난 두 아들을 키우는 동시통역사 이현정(36)씨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딱 한 가지만 중시했다. '영어를 재미있는 놀이로 여기게 하고, 영어에 호감을 갖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해외유학 경험 없이 동시통역사가 된 그녀는 "중1 때 학교에서 '굿모닝(Good morning)'이라는 영어를 처음 들었을 때 마치 음악 같았다. 영어에 대한 첫인상이 좋았기에 영어를 재미있게 느꼈고, 어려운 공부를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제 아이에게도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저녁 8시가 넘어야 퇴근하는 이씨는 아들 준표와 매일 하루 10분 동안 영어 놀이를 한다. 다른 엄마들이 흔히 생각하는 '영어교육 로드맵' 같은 것도 짜지 않았다.

    "거창한 놀이를 하진 않아요. 예를 들어 비가 오는 날이면, '레인(Rain)'이라는 노래를 틀어요. '파란색 하늘, 흰색 구름, 노란 햇님. 해가 사라졌어!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신문지를 아이와 손으로 막 찢은 다음에 허공에 던져 '신문지 비'를 뿌려요. 'It' rainning, it's rainning!(비가 온다, 비가 와!)'하고 외치면서요. 우산을 쓴 아이에게 신문지 비를 뿌려주기도 하죠."

    이씨는 "엄마와 놀이로 배우는 10분 영어가 배경음악처럼 온종일 틀어놓는 영어 비디오나 CD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아들 준표는 1년 동안 매일 30분씩 '뽀로로' DVD를 봤지만, DVD 속 주인공들의 영어 대화는 거의 기억하지 못 한다. 반면, 엄마와 신나게 놀면서 배운 문장은 한 번 들은 것도 곧잘 기억해 따라 말한다.

    "영어비디오를 고를 때도 가능하면 아이와 제가 함께 뭔가를 따라하며 놀 수 있는 것으로 골라요. 주인공이 훌라후프를 바닥에 놓고, 'Step in!(안으로 들어가요)', 'Walk around(주변을 돌아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오면, 실제로 훌라후프를 준비해서 그대로 따라하면서 놀죠."

    이씨 역시 "엄마가 동시통역사이기 때문에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영어에 능통한 엄마라도, 영어를 잘 가르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준표는 영어책을 보여주면 도망가곤 해서 이씨의 속을 태웠다. 이때 그녀는 억지로 책을 읽어주기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칼싸움' 놀이를 시작했다. 아이가 칼싸움 놀이에 관심을 갖자, "여기 봐, 책에 엄마 칼보다 더 멋진 칼이 있어!"라며 아이의 시선을 책으로 이끌었다. 그날 읽은 'A monster under my bed'는 준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됐다.

    "유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엄마가 세운 로드맵대로만 아이를 끌고 갈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행복하게 영어를 배울지 고민해보세요. 그래야 스스로 찾아서 영어를 공부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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