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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공부란 무엇일까? 서울 서초고 이성숙 교감<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은 스스로 하는 공부가 가장 달다고 말한다. 공부의 재미와 맛을 위해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 교감. 그는 지난 여름과 겨울방학을 활용해 서초고 1, 2학년생 70명을 대상으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프로그램 후 성적은 물론, 학습태도, 학교생활, 삶에 대한 목표까지 달라졌다고 하는데 아이들을 변화시킨 자기주도학습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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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주도학습, 아이 혼자만 하라고?
"고 1때 사춘기가 오면서 공부가 싫어졌었죠. 그래서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어요. 제가 원한 건 따끔한 충고나 어떤 현실적인 답변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열심히 공부해라'였죠. 그때의 답답한 마음이 지금 아이들의 심정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음도 이해하고 꿈도 찾을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했죠."
평소 청소년 심리에도 관심이 많았던 이성숙 교감은 자기주도학습에 심리 상담을 병행했다. 아무리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줘도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교감의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은 몇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첫째, 학부모와 학생, 지도교사가 삼위일체를 이룬다.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은 아이뿐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달라져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 중 최소 2번 이상 부모 교육과 상담을 실시했다.
둘째, 자기애를 갖도록 했다.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 아이는 자기 인생에 대한 계획을 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교감은 "우등생도 때론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기애와 자신감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아이는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자기애를 위해서는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수없이 반문하도록 유도했다.
마지막으로 자기충족적 예언을 시켰다. 10년 후 나의 모습, 5년 후, 3년 후, 1년 후, 6개월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했다. 이런 인생의 계획은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던 아이들이나 공부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이유, 목적이 없어요. 그래서 방황하기도 하죠. 스스로 나를 사랑하는 법,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법을 가르치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하더라구요."
◆ 문제점 알면 성적이 쑥쑥
3학년 양희경(19)양은 공부 습관이 안잡혀 있어 애를 먹던 케이스다. 양양은 "장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하려니 집중도 안돼고 많이 흔들렸다. 계획 잡는 법을 알게 된 후 하루하루 계획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성적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2학년 한형일(18)군은 자기관리가 부족한 케이스였다. 진로는 확실히 정해져 있었지만 공부시간을 배분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군은 "공부와 쉬는 것의 차이를 확실히 하고 일의 순서를 둘 수 있게 됐다"고 했다. 3학년 김기태(19)군은 "오답노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모의고사 성적이 4%정도 더 올랐다. 지금처럼 준비하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3학년 하동연(19)양은 동기부여로 성적이 오른 케이스다. 하양은 "프로그램 후 공부에 대한 의지가 생겼다. 공부방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 교감은 다음의 세 가지만 지키면 누구나 우등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나의 이해'. 나에 대한 생각과 나의 장점을 노트에 필기하고 내가 진짜 좋아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자. 둘째, '나의 학습방법'. 내 학습방법의 특징을 알아보고 효과적인 독서법을 통해 문제점을 고쳐보자. 셋째, '시간관리'. 기간별로 구체적인 계획표를 짠다. 이때 나의 미래 목표를 함께 정하고 현재 생활 상태를 점검하면 동기부여는 물론, 문제점도 찾을 수 있다. -
>> 이성숙 교감식스스로 공부법
▶미래 계획 세우기
10년 후 오늘, 아침 9시를 상상해보자. 나는 어떤 사람이 돼있고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오후에는 무슨 약속이 잡혀있는가. 세부적으로 쓰려면 직업에 대한 정보검색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된다. 집중이 안되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집중해서 책읽기
첫째, 종이 한 장을 준비한다. 책의 한 단원을 읽는다. 책을 덮고 무슨 내용이었는지 종이에 적는다.
둘째, 연필을 집고 중요한 단어에 밑줄을 그으며 읽는다. 덮고 무슨 내용이었는지 종이에 적는다.
셋째, 내일 선생님이 돼서 친구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읽어보자. 덮고 무슨 내용이었는지 종이에 적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집중해서 읽을 때와 눈으로만 읽었을 때의 차이점을 파악하게 된다.
▶시험 전 계획 세우기
2주전 : 공부해야 할 과목의 숫자를 세어보고 과목의 어려운 정도에 따라 시간 배분을 한다. 교과서 및 노트의 기본 내용은 정리하고 필요한 정보를 모은다.
1주전 : 정리내용을 보면서 핵심을 외운다. 예상문제를 스스로 뽑아본다. 기출문제를 검토한다. 취약점을 체크한다.
전날 및 당일 : 정리내용과 예상문제를 다시 훑어본다.
'스스로 공부법' 마수리!… 성적도 꿈도 올랐어요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자기주도학습' 성공… 서초고 이성숙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