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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지문을 단숨에 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독해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글의 내용을 신속,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고급 독해력은 그것만으로 왠지 부족하다.
독해력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터콕스의 김정아(34) 콘텐츠 팀장은 "독해력의 관건은 읽기속도, 이해도, 정보활용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읽기속도는 '빨리 읽을 수 있다. 빨리 읽어보겠다'는 의지만으로 향상된다"고 말했다. -
◆읽기속도의 잘못된 편견들
읽기속도와 이해도는 비례할까, 반비례할까? 흔히 책을 꼼꼼히 읽어야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김 팀장은 "빨리 읽는 것이 오히려 권태와 뇌의 기능저하를 방지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번 읽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기억하겠다는 욕심 대신 빨리 읽고 여러 번 반복하는 습관이 이해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읽기습관을 살펴보자. 어떤 학생은 한 글자, 한 글자씩 손가락으로 짚거나 연필로 그어 가며 읽는다. 낱자로 읽는 셈이다. 또 어떤 학생은 중얼중얼 소리 내어, 혹은 소리내지는 않더라도 입술을 달싹이며 읽는다. 읽는 속도가 더디고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쉽게 지칠 수 있다. 심지어 책을 읽는 데 의미파악이 전혀 안 되거나 행갈이를 할 때 다음 줄을 잘 찾지 못한다. 또 의미 단위로 끊어 읽지 못하는 학생도 더러 있다.
김 팀장은 "한 자, 한 자 꼼꼼하게 읽는다고 해서 전체 내용까지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을 빠르게 읽으면 뇌의 정보처리속도가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성욱(33) 연구원은 "늦게 읽는 학생들의 많은 경우가 잘못된 읽기습관을 가지고 있다"며 "고개를 돌리지 말고 눈으로 빠르게 읽고, 구조적으로 읽는 방법이 좋다"고 권했다.
◆의미단위로 묶어 반복해서 읽어라
이해력을 높이고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읽기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문장을 빨리 훑기 위해서는 의미단위로 글을 묶어서 읽는 방법이 좋다. 홍수연(27) 연구원은 "의미상 연관이 있고 구나 절, 문장처럼 하나의 하위 단위를 형성하는 단어들을 한 단위로 묶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사·람·은·누·구·나·빨·리·읽·고·빨·리·이·해·하·기·를·원·한·다'처럼 또박또박 끊어 읽으면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대신 '사람은 누구나/ 빨리 읽고 빨리 이해하기를/ 원한다'처럼 의미단위로 끊어 읽으면 의미파악도 쉽게 빨리 읽을 수 있다.
2~3단어를 한 번에 읽는 정도의 학생이라면 이 범위를 4~5단어 정도로 늘려 연습하면 읽기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딱딱한 법조문이나 외래어와 전문용어가 가득찬 글은 빠르게 읽기가 쉽지 않다. 리트(LEET) '언어이해' 시험의 경우 까다로운 지문을 90분간 2만1000자 정도의 분량을, 적어도 1분에 300자 이상 읽어내야 제대로 문제를 풀 수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김 팀장은 "읽기에 까다로운 글도 빠르게 반복해서 읽으면 점차 생소한 느낌이 사리지게 된다"고 했다. "반복해서 빨리 여러번 읽게 되면, 처음 접하는 낯선 단어를 해독하는 데 쏟던 에너지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처음보다 훨씬 이해가 쉽게 된다"는 것이다.
◆신문읽기부터 시작하라
배용민(37) 자문위원은 "기초적인 독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문읽기부터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신문 기사는 명시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만큼 사실적 이해력을 키워주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사실(정보)을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점차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팀장은 "400자 정도 크기의 글을 읽고 핵심 어구를 찾아 그 어구들을 연결한 문장을 만들어 보는 연습도 이해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400자 가량되는 글은 책의 반(半)쪽 분량이다. 또 수능 기출문제 지문을 활용해 연습하는 것도 좋다. 보통 국어시험 문제는 300~400자 크기의 지문이 3~4개 가량 출제된다. 글을 읽을 때 글에 명시적으로 나타난 사실적 정보만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내용을 파악하며 읽거나 내용간의 논리적 관계, 연결 관계를 파악하며 읽는 훈련도 필요하다.
[공부를 공부하자]② 독해력
'비판적 읽기·창의적 해석' 하려면 신문부터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