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 두근 새내기 선생님] 고마운 은사님, 내리사랑으로 보답할게요
조영민 선생님 (서울 공릉초등학교)
기사입력 2010.05.11 09:53
  • 어린이도 어버이도 아닌 나에게 5월의 가장 뜻깊은 날을 꼽으라면 스승으로 처음 맞이하는 스승의 날을 택할 것이다.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불렀던 나의 선생님이 떠오른다. 학교를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주셨던, 똑 닮고 싶은 내 초등학교 시절의 이유성 선생님.

    지난 1997년 첫 발령을 받아 대구 와룡초등학교에 오셨던 선생님께서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일에 사랑과 열정, 꿈이 있으셨다.

    하교 시간에는 차도가 위험하다며 학교 앞 횡단보도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신 후 길을 건너는 모습을 바라보고 돌아가시곤 했다. 교실에서 교문까지 걸어가는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우리는 선생님 손을 잡고 싶어 매달리곤 했었다. 매달 말 선생님은 우리 반의 봉사왕·친절왕·성실왕 등도 뽑았다. 직접 만든 상장도 전달해주시고 상품으로 편지글이 적힌 공책도 주셨다. 이 상장을 받기 위해서 숙제도 청소도 공부도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선생님은 학기가 끝날 때면 한 학기 동안 가장 열심히 학교생활을 한 아이들 몇 명에게 밥을 사주시곤 했다. 당시 선생님과의 추억이 기억에 남아 나 역시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같은 약속을 했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선생님과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그때가 그리워진다.

    이처럼 내가 선생님의 사소한 눈빛, 손길 한 번에 하루가 행복했던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내가 그러한 존재였으면 하는 바람에 나를 한 번씩 돌아보게 된다. 사실 내가 어린 시절 느꼈던 ‘하늘 같은 선생님’이 되어보니 막상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옆에서 아이들을 한 번 더 안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쓰다듬어주는 것뿐. 하지만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파장은 아마도 지금 내가 느끼는 것보다는 훨씬 더 크리라고 믿는다.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꿈이 되고, 추억이 된다고 생각하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던 이유성 선생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교사란 직업을 택한 나의 결정에 확신이 든다. 스승의 날, 잊고 지내던 은사님을 찾아뵐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잊지 않고 마음속으로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그 은혜에 보답하고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