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을 돕는 이 한권의 책]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허병두 숭문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기사입력 2010.05.06 03:12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무엇을 후회할까?
오츠 슈이치 지음| 21세기북스

  • "나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의료 전문의다. 암 말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이 고통이다. 따라서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약을 처방하거나 그 외의 여러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고통 감소 전문가라 할 수 있다." (14쪽)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hospice) 전문의가 쓴 책이다. 저자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접한 경험을 소개하며 죽음이란 무엇인지, 또 삶이란 무엇인지 성찰하게 이끈다. 그가 말한 바로는 죽음을 앞둔 거의 모든 환자는 죽기 전에 '후회'를 한단다. 그 역시 '정답 없는 질문'을 맞이하면서 '이런 처방을 했더라면' '이런 말씀을 드렸더라면'하고 뒤늦게 늘 '후회'한다고 했다. 말기 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저자의 말이기에 무게가 더해진다.

    "신체의 고통은 어느 정도 줄여 줄 수 있지만, 마음에서부터 오는 아픔은 달래기가 어렵다. 심각한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면 마땅한 처방전을 찾지 못해 속만 태운다.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환자가 고백이라도 할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그저 벌거벗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마주앉아 환자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수밖에…. 그럴 때마다 내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운다." (17쪽)

    저자는 많은 사람의 마지막을 살펴보며 찾아낸 후회의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책의 큰 줄기를 펼쳐간다. 그가 제시하는 후회는 책 제목대로 모두 스물다섯 가지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부터 시작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등 삶의 의미를 놓친 이들의 짙은 후회가 실제 사례와 함께 생생하게 소개된다. 읽다 보면 이러한 후회야말로 우리 삶을 의미 있고 보람되게 만드는 또 다른 가르침이라 깨닫게 된다. 또 '결혼을 했더라면' '자식이 있었더라면'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등 삶의 다양한 갈피들과 연관되는 후회들이 나온다. 이 책을 통해 생애 전반에 걸친 인간의 고민과 갈등, 행복과 만족의 최소 공배수 또한 톺아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저 막연하게 짐작하거나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죽음의 순간에 대해서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이를테면 죽음 앞에 선 사람이 잠을 자는 이유는 극한의 체력 저하를 보충하려는 현상이며, 시간과 공간의 인지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에 기본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든다는 점 등은 죽음을 앞둔 인간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나아가 인간 존재에 대한 사변적인 사색 대신, 의학의 눈으로 직접 검증해나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기쁨이다. 이를테면 완화 치료와 연명 치료와 관련된 생각할 거리도 그 가운데 하나.

    완화 치료가 환자의 고통을 덜어준다면, 연명 치료란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는 의료 행위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로는, 사람들은 자신이 죽을 때는 가망 없는 연명 치료를 받고 싶지 않지만, 가족이 아플 때는 단 하루라도 오래 살았으면 하고 바란다고 한다. 그 결과 죽음을 앞둔 환자의 희망과 의사와는 상관없이 가족들이 의료진에게 연명 치료를 간청하는 경우도 흔하다.

    자,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건강할 때 마지막 임종 순간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의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심적인 대리인을 미리 확보하라고 딱 부러지게 조언한다. 스스로 '사전의료 지시서'를 작성하라고까지 강조한다. 죽음을 앞둔 현실에서는 무력해질 수도 있는 사변적인 철학 논변과는 거리가 먼 해결책이다.

    '객관과 이성을 중시하는 자연과학자의 글쓰기는 이러하다'고 생각할 만큼 짤막한 문장에 알찬 내용이 담겨 있다. 길어야 석 줄 정도의 문장에 구체적인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기에 읽으면서 부담스럽거나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아도 된다.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제시하는 문장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 책을 읽기 전에 도대체 사람들을 무엇을 후회할까, 미리 떠올리며 메모해 보는 것도 좋겠다. 후회란 결국 이루지 못한 소망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가장 인간적인 삶이란 후회 없는 삶에서 출발해 적극적으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책은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가볍게 읽으면서도 진지하게 사색하게 한다.

    ※덧붙이는 말: 이 책에는 1~2쪽에 걸쳐 많은 흑백 사진이 담겨 있다. 그런데 책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내용과 어울리는 사진들을 찾아보자. 또는 '이런 사진이 들어갔으면 좋을 텐데'하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눠보면 금상첨화이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는 요즘, 단 한 장의 사진이 수많은 언어를 대신할 수도 있다. 가장 적절한 사진을 떠올려 보기는 텍스트를 깊게 읽는 또 다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