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서울 영희초 유재철 교장 선생님
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기사입력 2010.04.28 09:44

"영희문화관과 함께 희망찬 미래를 엽니다"
착공 3년만에 모레 개관… 운영 수익금으로 특색 사업

  •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십시오.” 유재철 교장 선생님이 서울영희초등학교로 부임할 때 어느 선배 교장이 엽서를 보내왔다. ‘그래, 여기에서 꽃피워보자. 학교가 꽃을 피우려면 아이들을 많이 모아야 한다. 아이들을 많이 모으려면 학교를 잘 가꿔놔야 한다.’ 2006년 부임 후 그는 학교 개조에 몸과 마음을 쏟아 부었다. 마침내 꽃이 피었다. 그 꽃 중의 하나가 ‘영희문화관’이다. 착공 3년 만에 완공돼 모레(30일) 개관한다. 여기에서만 영희초교 1년 예산에 해당하는 수익금이 생긴다.

    - 영희문화관이 화제입니다.

    “영희초교는 강남의 강북이라고 할 만큼 생활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뭔가 만들어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온 게 ‘영희문화관’입니다. 문화관 공사 중엔 소음, 먼지 때문에 다들 고생했어요. 운동장도 못 썼어요. 동네 주민들 민원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작년엔 한동안 불면증과 공황에 시달렸죠. 결과적으로 학교도 동네도 함께 좋아졌어요. 이제 고정 수익이 생겼으니까 영희초만의 독특한 교육을 해 봐야죠.”

    문화관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숨 쉴 틈 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만큼 문화관에 담긴 사연이 많으리라.

  •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어느 대기업 회장이 연상된다. 항상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추구하는 유재철 교장 선생님의 몸에선 교육에 대한 열정이 확확 뿜어져 나온다. 그의 땀과 혼이 배어 있는 영희문화관. 앞으로 이곳을 드나들 교사, 학부모, 아이들이 그의 ‘깊은 뜻’을 기억해 줄 것이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어느 대기업 회장이 연상된다. 항상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추구하는 유재철 교장 선생님의 몸에선 교육에 대한 열정이 확확 뿜어져 나온다. 그의 땀과 혼이 배어 있는 영희문화관. 앞으로 이곳을 드나들 교사, 학부모, 아이들이 그의 ‘깊은 뜻’을 기억해 줄 것이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이름 없던 학교가 강남에서 선망의 대상이 됐습니다.

    “부임 후, 낡은 교사(校舍)의 벽돌을 다 바꾸고 방수시설도 했어요. 우수한 교사들도 초빙했습니다. 의욕 있는 선생님들을 한 분씩 불러들였죠. 반대도 많았지만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도 지정되도록 했습니다. 결국 선생님들도 도움이 되니까 내 뜻을 알아주고 열심히들 하시더군요. 처음 부임해 와서 지하철 대청역 표지판을 보고 속이 상했어요. 인근 학교들 이름이 다 들어가 있는데 우리만 빠져 있었거든요. 역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나 설득한 끝에 ‘영희초’이름을 올렸죠. 얼마 안 있으면 깜짝 놀랄 일이 또 하나 생길 겁니다. 대도시 소규모 학교 최초로 통폐합 학교가 생길 겁니다. 우리 학교와 인근 학교가 통합을 하는 거죠. 그만큼 영희초등학교가 힘을 가지게 됐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 교육관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교육자들이 다른 분야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됩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좋은 변화는 당장은 피곤한 일이지만, 어느 시점만 지나면 다들 행복해집니다.”

    - NIE(신문 활용 교육)에 대한 생각은?

  • “자기주도식 학습으로 NIE보다 좋은 게 없습니다. 일부 선생님들이 반대했지만 신문 보게 했어요. 문화관 운영을 통해 생긴 돈으로 우리 학생 전원에게 무료로 신문을 보게 했습니다. 어린이 신문 내용을 중심으로 골든벨 퀴즈도 진행할 겁니다.”

    - 교단생활의 보람은?

    “서울로 올라오기 전 지방에서 19년 동안 교사를 했는데, 그때 제자들이 아직도 찾아와요. 나이가 40이 넘었죠. 이게 선생님 하는 맛 아니겠어요. 서울에 와서는 영희문화관 건립이 최고의 보람입니다.”

    - 정년퇴임이 1년 10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이곳에서 퇴임을 맞을 것 같아요. 여건만 된다면 ‘영희장학재단’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실력은 있는데 돈이 없어 공부를 계속하기 힘든 아이들을 평생 도와주고 싶습니다.”

    -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꿈과 자랑을 키우며 미래를 열자. 그 분야에서 가장 잘나가는 별이 돼라. 그러기 위해서는 ‘큰 꿈, 작은 실천, 창의적인 노력’을 잊지 말라. 꿈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