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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직종에 대한 홍보도 많이 부족하고요. 하지만 다양한 국제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되면서 점점 그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국제회의 전문가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는 11월 개최되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회의 전문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 20개 선진 정상들이 모여 지구촌 발전을 논의하는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국제적인 회의를 주관하고 기획하는 사람, 국제회의 전문가는 어떤 사람일까? 코엑스 컨벤션 정인환 팀장을 만나 국제회의 전문가에 대해 물었다.
◆국제회의는 분야별 올림픽 -
"국제회의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국제회의는 외국인 손님을 우리나라로 초대해 우리를 알리며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입니다. 이런 잔치를 벌이기 위해서는 공통언어,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죠. 외국 손님을 맞는 일, 그것이 바로 국제회의 전문가의 기초적인 일입니다."
코엑스 컨벤션 정인환 팀장은 국제회의를 '국가 간 소리 없는 전쟁'이자 '분야별 올림픽'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을 알리고 다양한 기획으로 투표권을 가진 국가들을 설득하기 때문이다. 국제회의가 유치되면 국가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문화적·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얻게 돼 국가 간 유치전이 치열하다. 특히 큰 국제회의가 있는 시기의 유치전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일례로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서 각국 대표들이 모여 발표와 투표를 하는 일도 국제회의의 한 부분이다.
"분야별 관심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바로 경험입니다. 많은 국제회의 전문가들이 틈틈이 해외를 돌며 각국의 문화와 언어를 공부하죠. 이런 경험들은 이슬람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를 내놓는 등의 기본적인 실수를 줄이고 아랍 사람들을 위한 기도실을 만드는 등 작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배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국제회의는 연중 열리지만 초대 국가에 따라 시기가 조금씩 조정되기도 한다. 미국을 초대할 때는 그들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전후는 피한다. 일본은 그들의 추석인 오봉 전후를, 우리나라는 추석과 설 전후를 피하는 것이 암묵적인 예의다.
이런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정보는 국제회의 전문가에게 기본적인 자질이 된다. 그다음이 바로 언어다. 정 팀장은 만국 공통어인 영어는 기본 중의 기본, 그다음으로 스페인어와 불어 등 제2 외국어도 준비해 둘 것을 조언했다.
"유엔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6개 국어입니다. 6개 국어 모두를 배울 필요까지는 없지만 사용자가 많은 순으로 제2 외국어를 배워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스페인어와 불어, 아랍어와 러시아어를 사용합니다. 인구 수가 많은 중국도 무시할 수 없겠죠. "
◆기획·전시 제안부터 손님 초대·회의·마무리까지
정 팀장은 국제회의 전문이라는 직종에 대해 앞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직종이라고 설명했다. 혹자들은 과학 기술의 흐름에 따라 화상회의가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국제회의의 특성인 휴먼릴레이션십(Human Relationship)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회의는 지금처럼 얼굴을 맞댄 형식으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타민족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기획 제안부터 손님 초대, 회의 진행, 호텔, 음식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때, 회의를 유치하게 되었을 때, 외국 손님들이 감탄하고 칭찬할 때처럼 수많은 순간순간이 국제회의 전문가들을 행복하게 한다.
정 팀장은 국제회의 전문가를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먼저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애국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전 세계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는 "문화에 대한 편견 없는 눈과 성실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학과로는 컨벤션, 마케팅, 국제, 호텔·관광, 문화 등 기획과 문화, 언어, 서비스를 두루 배울 수 있는 학과들이 있다. 그 외에도 국제회의 관련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청소년 모의유엔 같이 다양한 청소년 모의회의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실력도 가늠해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입장을 한번쯤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볼 때 대한민국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되잖아요. 국제회의 전문가는 늘 그런 마음으로 회의를 유치하고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관심을 갖고 보면서 인종, 언어, 문화도 직접 느껴보세요."
[진로탐색] 각국 손님에게 한국 알리기… "문화에 대한 이해·경험 중요해"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국제회의 전문가